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우리 경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소비 개선 등 내수 부진 완화에 힘입어 급격한 경기 하강세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라는 평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8일 발간한 '5월 경제동향'에서 "수출이 대외여건 부진에 따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이에 따라 제조업 생산과 출하의 감소세가 계속되는 등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수출액은 496억2000만 달러로 1년전 보다 14.2% 줄어면서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가장 긴 연속 수출 감소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63억8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41.0%(44억 달러)나 감소했다. 감소분은 4월 한국의 전체 수출 감소액인 82억 달러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은 9개월 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반도체 수출 감소의 영향을 크게 받은 대중(對中) 수출도 26.5% 줄며 11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다.
수출 부진 여파로 올해 3월 전산업생산(전년 대비)은 전월(3.3%)보다 낮은 2.2% 증가한 데 그치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72.2%)도 낮은 수준을 보인 가운데 재고율(117.4%)도 높아 부진한 모습이다.
KDI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외수요의 위축으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기업 심리지수 또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KDI는 내수 부진 완화에 힘입어 급격한 경기 하강세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3월 서비스업 생산은 여행 수요 확대로 전월보다 0.2% 증가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가전제품 등 내구재(+0.4%)와 차량연료·화장품·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7%)를 중심으로 전월보다 0.4% 늘며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 국민계정상 민간소비도 전기대비 0.5% 증가하며 전분기(-0.6%)의 부진에서 완만하게 회복됐다.
고용 시장의 경우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취업자 수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3월 취업자 수(2822만3000명)는 1년 전보다 46만9000명 증가했다. 2월 취업자 수 증가 폭(31만2000명)보다 15만7000명 많은 수치다.
KDI는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제조업 부진(-3.3%)으로 전년대비 0.8%에 그친 상황에서 취업자 수가 40만 명 이상 증가하며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고용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3.2%)이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경기 차이로 인해 남성 고용은 빠르게 둔화된 반면, 여성과 고령층의 고용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월 남성 취업자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경기 부진으로 전년보다 6만8000만 명 증가한데 그친 반면 여성 취업자는 돌봄 등 서비스업의 개선으로 40만1000명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