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순위 23위를 기록한 엠코는 2008년까지 회사 실적의 대부분이 그룹 관계 사업이었다. 현대기아차 관련 생산시설이나 김창희 엠코 부회장(사진)이 대표이사를 맡았던 해비치리조트 사업 등에서 실적을 쌓아왔다.
엠코는 첫 주택사업인 인천 부평 엠코타운 역시 과거 그룹의 공장부지였던 것을 감안할 때 자체적으로 실시한 사업은 거의 없다. 실제로 엠코 김창희 부회장은 지난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실적의 85%가 그룹 사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같았던 엠코의 경영스타일이 바뀐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 2006년 서울 강동구 하일동 강일택지개발지구 1·3단지 아파트 건립사업 수주에 성공한 이후 엠코는 적극적인 관급 공사 수주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엠코는 지난해말과 올초 토지공사와 조달청에서 발주한 사업 6건을 수주하는 등 실적도 본격적으로 쌓고 있다.
엠코는 주택사업 수주에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엠코는 올초부터 재건축, 재개발, 지역조합 등 주택조합사업의 시공권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연말 건설사 신용 위험성평가 등급이 공개되면서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으로 지정된 건설사들이 맡고 있는 사업장이나 조합과 원 시공사간의 갈등을 빚고 있는 사업장의 시공권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엠코는 이 과정에서 시공사와 조합간의 갈등을 빚고 있는 인천시 도화동과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지역조합사업 시공권을 차지했으며, 현재도 상도동의 한 지역주택조합사업장 시공사 변경에 참여해 있다. 이 때문에 엠코는 중소형 건설사들에게 일감을 '가로채'가는 공적이 돼가고 있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돈이 안되는 사업'으로 지적되고 있는 민자사업에도 출혈을 감수하고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초 엠코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국도 46호선과 연계되는 민자 도로 1500억~2000억원 규모 BTO사업을 제안한데 이어 최근에는 우림건설이 화성시에 제안한 비봉~매송 간 BTO 도로사업도 주간사로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장 8km, 2000억원 규모의 비봉~매송간 도로 사업은 사업성은 갖춘 것으로 지적되나 사업자가 건설비용을 모두 회수하고도 이익이 남을 경우 그 이익의 일부를 발주처가 회수하는 방식으로, 2000년대 초반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민자사업에 따라 발주처인 공공이 피해를 보게되자 새롭게 선택된 방식이다.
만일 이러한 사업 방식이 포함된다면 엠코로서는 재무적투자자(FI)를 구하기도 버거울 것이란 게 건설 업계의 이야기다.
이처럼 엠코가 무리수를 둬가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바로 공공사업 수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실제로 엠코는 앞서 말한 남양주 국도 46호선 연계 민자도로에서 시공능력평가순위 40위이인 우림건설에게도 주간사 자리를 넘겨 줄 정도로 공공수주 경쟁력이 약한 상태다. 또 주택사업의 경우도 대형 건설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단지 재건축, 재개발 도급사업을 수주하기에 역부족인 것으로 지적된다.
이는 엠코로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 KCC건설, 한라건설 등 범 현대 건설그룹 출신의 인적자원을 갖춰 맨파워로는 대우, 삼성, 현대, GS등 4강 업체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지만 2002년 탄생한 신생건설사라는 점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현 엠코 대표이사 김창희 부회장은 정몽구 그룹회장의 '심복'인 점은 맞지만 현대자동차 출신의 비(非)건설인이라는 점도 약점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엠코의 실적 확보 '레이스'는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엠코가 재벌 계열 건설사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4강 건설업체와의 격차가 큰 만큼 기존의 그룹 관련 일감 만으로는 그룹 위상에 걸맞는 건설사로 발돋움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변경이나 주간사교체 등 타 업체와 갈등을 빚는 사태가 빈번할 정도로 엠코가 전투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며 "다소 손가락질을 피할 순 없지만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당분간 지속적으로 확장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