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 포트폴리오 강화” 시급하지만 ‘이자 장사’가 현실[빅블러 시대:K-금융의 한계①]

입력 2023-05-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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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5-09 17:38)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금산분리'에 타 산업 진출 어려움
윤 정부 출범 이후 완화에 힘 실려
승인 서비스 중 80건 테스트도 못해
'규제 샌드박스' 통해 개선 기대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국내 은행들은 총이익의 80% 이상을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등 과점적 지위에 안주하면서 성과급 배분에만 치우쳐 있다.”(2월 2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해외 투자자 대상 간담회 발언)

“증권,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균형 있는 수익 구조의 토대를 마련하겠다.”(4월 24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발언)

올해 초 은행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돈 잔치’ 발언에 ‘암흑의 시간’을 보냈다. 은행들이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쉽게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여론은 차갑게 돌아섰다. ‘자의 반 타의 반’ 수천억 원의 ‘상생보따리’를 내놓고 나서야 어느 정도 ‘민심’이 돌아오긴 했지만, 은행들은 억울한 심정을 토로한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지만 비은행 부문의 사업을 하고 싶어도 규제에 막혀 있는 현실 때문이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인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신사업에 진출하려고 해도 관련 업권의 반발에 툭하면 무산되기 일쑤다. 윤석열 정부가 금융사들이 마음껏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공언했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토로다.

금융권이 신사업 진출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은 ‘금산분리’ 규제 영향이다. 금산분리란 금융자본인 은행과 산업자본인 기업 간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원칙을 말한다. 은행은 비금융자본을 15% 이상 가질 수 없어 타 산업으로의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윤 정부 출범 이후 금산분리 완화에 힘이 실리면서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칸막이를 손질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지난해 7월 금융규제 혁신의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고자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했고, 이 회의에서 금산분리 제도 개선에 대한 안건도 다루고 있다.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과정 테스트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시장에서 테스트하고 소비자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며 규제 개선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기존 금융서비스의 제공 내용·방식·형태 등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업이나 이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규제 적용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다. 지난달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가 정식 서비스로 인가된 대표적인 사업이다. 금융위는 혁신금융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규제 개선의 필요성, 그간 운영결과, 금융시장·질서의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심사해 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승인했다.

신한은행의 배달앱 서비스 ‘땡겨요’, 하나은행과 네이버파이낸셜의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 등은 시장에서 현재 테스트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정식 서비스로의 진출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승인이 되더라도 최소 2년, 한 차례 연장 시 최대 4년까지 서비스가 제한된다. 일부 서비스의 경우 가입자 수나 사업 규모 등에서도 제약을 받는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이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장 이해당사자인 업권들의 견제도 심하다.

이런 제약 때문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승인을 받더라도 실험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중간에 좌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4월 말 기준 승인된 서비스 중 아직 테스트조차 이뤄지지 못한 것이 80건에 달한다. 작년 5월 이후 승인된 사업(미출시 25건)을 제외하더라도 55건의 서비스가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규제 위원회의 역할을 하면서 금융권의 발목만 잡다 보니 금융사들이 빅블러 시대에도 혁신할 요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금융권의 혁신을 위해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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