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떨어지면 더 번다”…금리인상 종료 시그널에 장기채 담는 개미

입력 2023-05-09 14:59 수정 2023-05-0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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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장기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장기채는 금리가 하락할 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세차익을 볼 수 있어서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가 장외거래시장에서 순매수한 잔존만기 10년 이상 채권은 3조3610억 원이다. 금리 인상 초읽기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6326억 원)보다는 5.3배, 금리 정점을 찍었던 작년 4분기(5767억 원)보다는 5.8배 넘게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전망 속에서 장기채권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현재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초 연 3.811%에서 3.318%까지 떨어졌으며, 20년·30년·50년물 금리 역시 3%대 초반까지 내려온 상태다.

앞서 한국은행은 2월에 이어 4월에도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도 성명서에 ‘추가적인 긴축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표현을 삭제하면서 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가격이 올라간다. 개미들이 채권 투자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금리 시기 낮은 가격에 채권을 사들였다가 금리가 떨어져 채권값이 오르면 되팔아 시세차익을 보기 위해서다. 특히 듀레이션(원금회수기간)이 길면 금리가 낮아질수록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듀레이션이 긴 장기채로 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직원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발표를 지켜보며 고민하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직원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발표를 지켜보며 고민하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장기채 ETF가 순매수 상위권에 줄지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난 한 달간(4월 7일~5월 8일) 개인은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을 362억 원어치 사들였다. 전체 ETF 중 두 번째로 순매수 규모가 컸다. 이밖에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283억 원), ‘KBSTAR KIS국고채30년Enhaced’(185억 원),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171억 원) 등을 순매수했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장바구니에도 장기채 ETF가 담겼다. 최근 1개월간 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을 살펴보면, 3위에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트레저리 불 3X’(1억4305만 달러·1894억 원), 5위에는 ‘아이셰어즈 20년+ 트레저리 본드’(4214만 달러·558억 원) 등이 차지했다.

다만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고강도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와 은행 리스크가 여전해서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는 별개로 국내 채권금리 변동성을 키울 요소도 남아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아직 글로벌 금리가 추세를 잡고 움직일 상황은 아니다. 통화정책 부담이 빠지면서 3월 초 기록했던 금리 상단은 점차 레벨을 낮추고, 하반기 펀더멘털 둔화 정도에 맞춰 얼마나 하단을 낮출 수 있을지의 싸움”이라면서 “국내 채권시장의 경우, 경기와 물가 둔화가 다른 지역보다 빠른 편인 데다 부동산 구조조정 같은 특수성을 감안한 부담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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