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상민 장관 탄핵' 첫 재판…"책임 방기" vs "예측 못한 참사"

입력 2023-05-0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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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이후 7개월 만에 첫 변론기일
참사 전후 이 장관 대응 적절했는지 놓고 치열한 공방
"참사 예측하란 건 비약" vs "조치사항 입증하면 될일"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정식 변론 절차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려 이상민 장관이 물을 마시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정식 변론 절차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려 이상민 장관이 물을 마시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 여부를 가리는 첫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태원 참사' 당시 이 장관의 조치를 두고 위법성을 따진 양측은 '파면할 정도인가'에 대해서도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헌법재판소는 9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 탄핵심판 사건 1회 변론기일을 열었다. 지난 2월 9일 사건 접수 이후 3개월 만이다. 이날 심리는 최근 새로 임기를 시작한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을 포함해 재판관 9명이 모두 참여했다.

이 장관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출석하면서 "저에 대한 파면 소추로 일부 국정의 혼선과 차질이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며 "국정의 공백과 차질을 조속히 매듭짓고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오늘 성심껏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및 유가족과 관련해선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면서도 '희생자 유족들이 이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는 질문에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탄핵 소추위원으로서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헌법재판소도 행정안전부 장관의 공백 상태가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것"이라며 "집중심리가 예상되는데, 헌법재판소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탄핵심판TF(태스크포스) 단장인 진선미 의원은 "반드시 탄핵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며 "그것이 많은 유족들의 아픔을 어루 만져줄 수 있다. 변론기일에 우리의 주장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헌재는 변론준비절차를 통해 이 장관의 탄핵소추 사유를 △재난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 위반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 등 3가지로 정리했다.

이날 변론에서는 3가지 쟁점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재난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행안부 장관으로서 사고 당시 적절한 초동조치를 하지 않았고, 재난안전망 구축과 연계 등 사전 체계를 구축하지 않았다"며 "신속 지시를 내렸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을 증명할 근거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피청구인은 대통령보다 참사 사실을 늦게 인지했고, 그럼에도 운전기사를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했다"며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는 등 발언으로 국가와 공직자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렸다. 부여된 업무를 태만히 하고 방임한 피청구인을 파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장관 측 대리인은 "재난안전법상 군중밀집해 즐기는 것은 재난으로 인식되지 않고 참사가 발생해야만 재난으로 인식된다"며 "관리가 불분명한 개방된 도로 위에서 발생한 군중밀집 인파사고인데,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고내용만 보고받고 참사의 주관기관으로 지정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은 참사현장에 가는 도중 전화로 인명 구조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요청했고, 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후 참사 관리 업무를 수행했다"며 "참사와 관련한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고, 탄핵심판 사유는 물론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정식 변론 절차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려 이상민 장관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정식 변론 절차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려 이상민 장관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어진 추가 진술에서 각 대리인들의 주장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장관 측 대리인은 "지진, 태풍 등 총체적인 재난안전의 시스템을 가지고 피청구인의 행위를 지적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미리 예측 가능한 것"이라며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행안부 장관이 왜 미리 예측 못했냐고 말하는 건 비약적 논리"라고 말했다.

그러자 청구인 측 대리인은 "탄핵 의결하는 입장에서는 피청구인이 헌법 및 법률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특정해야 한다"며 "사전에 예측했든 못했든 조치를 취하라고 법에 명시돼 있다. 안전관리 권한을 가진 장관이 어떻게 기능을 행사했는지 입증하면 될 일이지 청구인을 탓할 일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2차 변론기일은 오는 23일, 3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13일에 열릴 예정이다. 양 변론기일에서는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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