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바이낸스, 한국 등판 '차일피일'…사법리스크 vs 투자자 보호

입력 2023-05-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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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고팍스 신고 수리 고심하는 금융당국
자금세탁 등 각종 의혹…566억 고파이 투자자 고민
"정당한 인수 절차 방해"vs"투자자 볼모 잡았다"

금융당국이 바이낸스가 인수한 고팍스의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바이낸스가 미국에서 자금 세탁과 러시아 제재 위반 등 각종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지만, 바이낸스의 자금을 바라는 고파이 투자자들의 원성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전례없이 일본 금융청까지 만나 바이낸스 문제를 논의하는 이유다.

바이낸스와 고팍스는 인수 전 마지막 단계인 FIU의 가상자산 사업자 임원 변경 신고 수리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이후, 고파이 이용자 자금 일부를 지급했다. 고파이는 지난해 FTX 사태 여파로 파산한 제네시스의 가상자산 금융 상품이다. 제네시스가 파산하며 사실상 자금을 찾을 길이 요원해졌는데, 바이낸스가 구원투수처럼 등장했다.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네시스에 묶인 고객 자금은 약 566억 원에 이른다.

바이낸스는 고팍스의 신고 수리 절차가 완료되면 나머지 고파이 자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레온 풍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국을 찾아 “지금까지 25% 정도 상환됐다”면서 “나머지 75%의 상환을 위해서는 FIU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레온 풍 대표까지 직접 나서 FIU 신고 수리를 외치고 있지만, 국내 금융당국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금융위는 그동안 꾸준히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을 우려해왔다. 지난해 부산시가 부산 거래소를 설립하겠다며 바이낸스를 유치하려던 때에도 자금세탁 위험, 사법리스크 위험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올해 초 미국 금융·사법 당국이 바이낸스를 향해 칼날을 겨두면서 걱정이 커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 검찰·국세청은 바이낸스를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 및 미등록 증권 거래 지원에 대해 조사 중이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3월 바이낸스와 창펑자오 CEO에 민사 소송까지 제기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법무부까지 나서 러시아 제재 위반 관련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바이낸스 직원이 불법 자금 이동 등에 일조해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는지가 핵심이다.

바이낸스는 관련 의혹에 전면 부인 하며 규제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측은 5일 입장문을 통해 “바이낸스는 현재 750명 이상의 컴플라이언스(법 준수) 지원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 법 집행 및 규제 기관 배경을 가지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바이낸스는 사법 당국이 10억 달러 이상 (범죄 자금을) 동결·압수하도록 도왔다”고 강조했다.

고파이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정당한 절차 없이 변경 수리를 미루고 있다며 신고 수리를 촉구하고 있다. 고파이 투자자이자 법률 대리인을 맡은 심재훈 변호사는 “지금까지 등기임원 변경에 따른 신고는 일주일 이내에 처리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정당한 법률적 근거에 의하여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당국에서 이를 법률적 근거도 없이 지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바이낸스 측은 또 글로벌 유동성 공급이 국내 시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적절한 규제틀 안에서 기관 등 글로벌 플레이어의 등장이 국내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시세 조종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레온 풍 대표는 “향후 건전한 글로벌 오더북(두 가상자산 거래소 등의 호가창 공유) 공유를 진행하고 기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실명 계좌를 한국에서 열 수 있도록 해야 국내 시장에 유동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임원 변경 심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오더북 공유 등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글로벌 공룡 경쟁자의 등장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바이낸스 본사 위치도 모르는데 금융위가 자금 세탁 등 사법 리스크를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바이낸스가 고파이 투자자들을 볼모 삼고 있다”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등장하면 업비트에 몰린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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