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원씩 챙겼는데…경쟁 점포 들어오자 매출 반토막” [커피공화국의 역설②]

입력 2023-05-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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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5-18 17:01)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서울 동작구 역세권에서 저가 커피점을 운영하는 A 씨는 2년 전 권리금 1억5000만 원을 주고 가맹점을 인수했다. 임대 보증금 3000만 원을 더해 총 1억8000만 원이 들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주말 7시간씩 2명, 평일 시간 아르바이트 2명 등 4명의 직원을 고용한 그는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한달에 350~500만 원씩 가져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몇개월 전 수십 미터 근처에 다른 저가 커피 브랜드가 생겼고, 최근엔 바로 옆 건물에 저가 커피가 또 들어서며 매출은 35%가 줄었다. 본사에 문의를 한 결과, 타 브랜드라 근접 출점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A씨는 “우선 아르바이트 직원 수를 줄이고, 직접 일하는 시간을 늘려 비용을 줄이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우후죽순 커피점이 생기면서 저가 커피 창업에 나선 이들의 근심이 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 집으로 가져가는 몫이 뚝 떨어졌다. 최근 전기비와 가스비에 이어 최저 임금까지 인상 가능성도 있어, 까페 창업자를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커피점이 포화 상태인 만큼 창업에 주의를 기울이길 당부한다.

옆 건물에 경쟁 커피점 문 여니 수익은 ‘반토막’

18일 본지는 A씨의 수익 구조를 재구성해봤다. A씨 점포는 저가 커피 브랜드로 지하철 역에서 50미터 거리에 위치한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다. A씨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한달 평균 매출은 약 2500만 원 가량이었다. 커피, 에이드의 시럽, 컵, 빨대 등 본사에서 구입하는 재료비는 매출의 60% 내외다.

임대료는 보증금을 제외하고 월 250만 원, 평일 점심시간과 오후 등 특정 시간과 주말에 쓰는 아르바이트 직원의 인건비로 한 달에 300만 원을 쓴다. 여기에 전기료와 공과금 등 50만 원을 빼면 한 달에 가져가는 몫은 약 400만 원이었다. 1500원 짜리 아메리카노만 팔았다고 가정할 때 550잔을 팔아야 나오는 수치다.

하지만 최근 매출이 뚝 떨어졌다. 작년 말과 올 초 경쟁 저가커피 2곳이 들어서면서다. 매출은 35% 가량 줄었다. 원재료 값은 매출에 비례해 줄었으나, 고정비 성격인 임대료는 그대로인 게 문제다. 손님이 줄자 직원을 4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직접 일하는 시간을 늘렸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가져가는 몫은 한 달에 200만 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A씨는 “오전 7시에 문을 열고 저녁 7시까지 일하지만, 5월 종합소득세까지 내고 나면 최저 임금 수준도 가져가지 못한다”면서 “6개월 뒤 가맹 계약이 끝나면 연장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쑥쑥 크는 커피 본사…뚝 떨어진 커피 가맹점주 몫

A씨와 비슷한 사례는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2년 가맹사업 현황’에 따르면 2019년 2억3200만 원이던 커피전문점 가맹점의 연평균 매출은 2021년 2억900만 원으로 9.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치킨 가맹점 연매출은 6.1%, 제과제빵 가맹점의 연평균 매출은 3.0%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이디야커피는 2019년 2억1693만 원이던 가맹점주의 연매출이 2년 후 1억8033만 원으로 16.9% 주춤했다. 같은 기간 빽다방 가맹점당 연매출은 12.3% 쪼그라들었고, 감성커피는 39.0% 수직낙하했다. 컴포즈커피도 2억6085만원에서 2억5075만 원으로 떨어졌고, 메가커피는 가맹점의 평당 연매출은 2027만원에서 2025만 원으로 0.1% 뒷걸음쳤다.

커피 가맹점들은 재료 등을 본사로부터 매입해 팔고 남는 수익을 가져가거나, 매출의 일정 부분을 본사로 보내고 남는 수익을 가져간다. 여기서 임대료와 인건비, 전기세 등의 비용을 빼면 가맹점주의 몫이 된다. 업계는 최근 커피점 수가 늘고, 전기료와 가스비 등 비용 부담이 늘며 가맹점 몫은 더 크게 감소했을 것으로 본다.

매출이 감소한 가맹점과 달리 커피전문점 본사 실적은 고공행진했다. 이디야의 2021년 매출은 243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41억 원에서 190억 원으로 35.1% 뛰었다. 지난해에는 2778억 원으로 14.2% 더 늘었다. 메가커피 운영사 앤하우스의 매출은 2021년 879억 원으로 46.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5.8% 올랐다. 작년 매출은 1748억 원으로 더 뛰었다.

▲30일 경기도 하남시 컴포즈커피 하남감일중앙점에서 컴포즈커피 임직원들이 2000호점 오픈 기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컴포즈커피)
▲30일 경기도 하남시 컴포즈커피 하남감일중앙점에서 컴포즈커피 임직원들이 2000호점 오픈 기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컴포즈커피)

바로 옆에 출점도…“막을 방법 없어”

업계 안팎에서는 공격적인 출점 전략에 본사만 배불리고, 가맹점주 몫이 줄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늘어나는 커피점을 강제로 막기는 사실상 어렵다.

공정위는 2012년 ‘모범 거래 기준’을 도입해 기존 가맹점에서 반경 500m 이내 신규 출점을 금지했지만, 직영점 중심인 스타벅스가 수혜를 입는다는 이유로 2014년 폐지했다.

점주들이 가맹계약을 맺을 때 본사와 작성하는 ‘커피전문점 표준가맹계약서’도 무용지물이다. 점포 인근에 또 다른 점포를 개설하지 않기로 계약을 맺지만, 상권별로 예외 조항을 둬 사실상 인근에 같은 브랜드 점포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가 힘들다. 특히 같은 브랜드에만 해당돼 경쟁 브랜드의 출점을 막을 수도 없다.

가맹점주 협의회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특수상권 예외조항을 활용해 영업 지역이 건물 1개인 경우도 있다”면서 “편의점은 담배권을 기준으로, 베이커리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근접 출점을 막고 있지만, 커피의 경우 별다른 제한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커피점 창업에 도전했다가 쉽게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5년간(2018~2022년)간 창업에서 폐업까지 걸리는 기간을 조사한 결과 커피 전문점은 평균 3년 1개월에 불과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B씨는 “오픈 첫 1년은 개업 효과가 있고, 2년 째부터는 1년만 더 버텨보자며 참았다가 3년째는 버티질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많다”며 “하루 12시간 일해도 수익은 나지 않는데 전기료와 가스비에 최저 임금까지 오른다고 하니 기가막힐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커피전문점은 창업 후 폐업이 상당히 높은 분야로 레드오션이 됐다. 손쉽게 창업할 수 있지만, 쉽게 문 닫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창업에 나서야 한다”면서 “커피점의 근거리 출점 문제에 대한 정책 당국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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