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도 드러난 '혁신금융서비스'…시장 상황이 관건[빅블러 시대:K-금융의 한계②]

입력 2023-05-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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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5-10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혁신서비스 238건 승인났지만
80건 테스트조차 못하고 좌초
사업성 고령 안한 무분별 승인
코로나 인한 시장 불안정 원인
신사업에 舊규제도 혁신 막아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영)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영)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아 금융권에서 다양한 ‘혁신금융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실패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서비스를 내놓는 데만 급급한 금융사와 이를 무분별하게 승인한 금융위원회 모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승인된 238건의 혁신금융서비스 중 테스트조차 이뤄지지 못한 서비스가 80건에 달한다. 33.6%의 서비스가 테스트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작년 5월 이후 승인된 사업(미출시 25건)을 제외하더라도 23.1%의 사업이 시작하지도 못한 채 사라진 셈이다.

다양한 이유로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지만, 금융위가 시장 상황이나 사업의 중복성, 사업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승인해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공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2년 넘게 운영하고 있으나 문제점이 많다는 걸 인식했다”며 “혁신적인 내용보다는 상품 규제 회피 성향이 많다”고 말했다.

서비스를 출시했다가 사라진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부분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영향이다. 2019년 5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우리은행의 ‘드라이브 스루 환전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드라이브스루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공항 인근 주차장에서 원화나 외화를 수령할 수 있는 것이다. 은행 지점에 방문할 필요 없이 자동차 안에서 또는 지정된 장소에서 편리하게 환전, 현금인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우리은행 본점 주차장에 시험설치에 운용하는 등 서비스에 나섰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해외 여행객의 수요가 급감했고,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도 끊겨 결국 실적을 내지 못한 채 사라졌다.

KB국민카드의 ‘중고차 개인 직거래 카드 안전결제’ 서비스는 2020년 2월 19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후 이듬해 4월 시장에 출시했다. 개인 간 중고차 거래 시 중고차 결제 플랫폼을 통해 안심결제(에스크로) 기능을 추가해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국민카드 측은 “서비스 이용이 부진했다”며 10개월 만에 사업을 종료했다. 지난해 2월 사업 만료가 되면서 사업성을 이유로 더 이상 연장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2020년 7월 22일 지정된 하나은행과 와디즈의 ‘지적재산권 신탁 수익증권 발행 서비스’도 시장에 대한 분석이 미비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서비스는 신탁회사(하나은행)가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신탁받아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와디즈)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수익증권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문제는 유통시장 조성에 필요한 증권사가 참여하지 않은 것이었다. 결국, 이 사업은 빛을 보지 못한 채 좌초됐다.

나이스평가정보와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함께 출시를 앞두고 있던 ‘통신사·CB(신용평가사) 협업 보이스피싱 방지 서비스’는 정부부처 간 이견으로 실패한 케이스다. 이 서비스는 전화나 문자 수신 시 발신자에 대한 통신사의 통신정보, 신용정보회사의 금융정보를 함께 활용해 금융사기 여부를 판별·안내한다. 하지만 금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각각 규제 샌드박스 허가를 중복으로 받아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도 사업성과 혁신성 등을 검토해 신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변수가 존재해 실제 서비스로 출시되기까지 다소 시일이 소요되거나 사업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혁신금융서비스 신청부터 심사를 거쳐 지정 여부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서 시장 상황도 변하다 보니 테스트조차 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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