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채우자" 회사채 증액러시..비우량 기업 '남얘기'

입력 2023-05-10 15:13 수정 2023-05-1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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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채‧대기업 회사채 중심 ‘훈풍’
HD현대그룹 계열사 등 증액 나서
비우량채 자금 조달 어려움은 여전
정부, 비우량채 수요 회복 위해 노력 중

# GS엔텍은 지난 4월 700억 원(2년 단일물)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하지만 매수주문은 120억 원에 그쳤다. GS엔텍의 회사채 미매각은 이번이 연속 두 번째다. GS글로벌 지급 보증으로는 고금리 상황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없애는 데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처로 꼽히는 회사채 시장의 통로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몇몇 대기업들의 실적 쇼크에 이은 기업 신용등급 강등 우려,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움직임이 맞물린 결과다. 한국전력의 회사채가 쏟아지고, 은행채 만기 규모가 급증하면서 채권 시장의 ‘구축(驅逐)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금조달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발행규모를 늘려 서둘러 곳간을 채우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현대그룹 계열사들은 회사채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증액에 나섰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달 말 총 7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5300억 원이 넘는 매수 주문을 받았다. 이에 HD현대일렉트릭은 발행 규모를 1500억 원으로 증액했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달 1000억 원을 모집하는 수요예측에서 6180억 원의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2000억 원으로 증액했다.

LX인터내셔널은 2년물 200억 원 모집에 1800억 원, 3년물 400억 원 모집에 9000억 원, 5년물 400억 원 모집에 1600억 원 등 총 1000억 원 모집에 1조2400억 원의 자금을 모았다. 흥행에 성공한 LX인터내셔널은 2000억 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신세계센트럴시티(1500억 원→2500억 원), 현대케피코(600억 원→850억 원), 대한항공(1500억 원→2500억 원), SK이노베이션(3000억 원→6000억 원), 미래에셋자산운용(1000억 원1600억 원), 엘에스일렉트릭(1000억 원→1500억 원) 등도 증액 발행했다.

이달에는 삼천리와 LG헬로비전,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우량채들이 이달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이 중 1000억 원 규모의 수요예측을 앞둔 LG헬로비전은 최대 2000억 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회사채 시장의 큰 손인 기관들은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회사채 수요예측 규모는 총 62건에 3조295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조 6050억 원)보다 3100억 원 줄었다. 수요예측 미매각은 A 등급에서 8건, BBB 등급 이하에서 1건 미매각이 발생하면서 미매각 금액을 전체 발행 금액으로 나눠 산출한 미매각률이 5.4%로 집계됐다.

“그래도 올 4월까지는 봄날이었다. 앞날이 더 걱징이다.” 중견 제조업체 재무담당 A씨의 얼굴에는 걱정의 빛이 가득했다. ‘구축 효과’ 때문이다. 2분기(4∼6월) 은행채 만기 물량은 총 62조6205억 원이다. 1분기(1∼3월·48조3600억 원) 대비 29.4%나 많다. 은행채뿐만 아니라 한국전력 2분기 회사채 만기 물량도 1조9000억 원으로 1분기(9300억 원)의 2배에 이르는 상황이다. 2분기 MBS 만기 도래 규모도 4조3211억 원에 달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은 신용평가사의 회사채 정기평정이 집중되는 시기로 신용 경계감이 고조될 수 있다”면서 “신용 경계감은 업체별 차별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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