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기술 두고 또 전쟁…SK매직 “쿠쿠홈시스가 특허 침해” 소송 [종합]

SK매직이 얼음정수기 특허를 침해했다며 쿠쿠홈시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두 번에 걸쳐 경고장을 발송했지만 쿠쿠홈시스의 해결 의지가 없다고 보고 특허권 침해금지와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8년 넘게 특허 분쟁을 치르고 있는 데 이어 SK매직과 쿠쿠홈시스까지 법정다툼을 앞두게 되면서 국내 주요 정수기 렌탈·판매 기업들이 모두 소송으로 얽히게 됐다.

SK매직은 지식재산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에 지난 1일 쿠쿠홈시스를 대상으로 특허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접수했다고 11일 밝혔다.

SK매직에 따르면 쿠쿠홈시스가 침해한 기술은 SK매직이 2018년 2월 출원한 ‘특허 제 10-2464193호’다. 얼음정수기에 4-웨이 밸브를 적용, 정수기 소형화와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가능하게 한 기술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매직 관계자는 “기존 경쟁사 기술은 3-웨이 밸브 ‘제빙봉 히터 가열’ 탈빙 방식으로 열을 가하는 히팅 방식이라 에너지 소모가 많고, 소음이 발생한다”면서 “반면 자사 특허기술은 4-웨이 밸브 ‘냉매 열 활용한 핫가스’ 탈빙 방식으로 히터가 필요 없어 소음을 줄이고, 크기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SK매직 해당 특허를 2018년 2월 ‘올인원 직수 얼음정수기’부터 적용해 왔다. 최근 출시된 원코크 얼음물 정수기에도 적용되고 있다. 기술력을 인정 받아 ‘2019년 올해의 에너지 위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쿠쿠홈시스가 2019년 출시한 ‘인앤아웃 아이스 10’S 정수기’와 2022년 내놓은 ‘ZERO 100S 끓인물 냉온정 얼음정수기’가 해당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경고장을 보냈다. 회사 측은 "소송 이전 경고장을 발송한 뒤 답변을 받았지만, 본 건에 대한 해결 의지가 높지 않다고 보고 소송을 강행했다”고 했다.

SK매직은 오랜 기간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자한 만큼 해당 모델의 즉각적인 판매 금지를 촉구할 방침이다. 해당 모델의 판매로 추산되는 손해배상액 역시 산정해 청구할 예정이다.

쿠쿠홈시스는 SK매직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SK매직 측이 주장하는 4-웨이 밸브의 특허는 액체 상태 냉매를 탈빙에 사용하는 것을 특정해 등록을 받았지만, 당사는 기체 상태 냉매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용 기술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4-웨이 밸브 특허 자체가 일본과 국내에 공개된 선행기술이 존재한다는 게 쿠쿠홈시스의 입장이다.

쿠쿠홈시스 관계자는 "(선행기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SK매직의 특허로 볼 수 없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에서 SK는 액체를 사용하고, 쿠쿠홈시스는 기체를 사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호 대화 없이 일방적인 특허 침해를 주장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며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원만한 분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SK매직 측은 기체 상태 냉매 사용은 불가능 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액체 냉매, 기체 냉매 같은 기술적 차이보다 냉매 열을 활용한 핫가스 탈빙 방식에 대한 기술 침해를 다투는 것이라며 입장차를 내보였다.

얼음정수기와 관련한 특허 침해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청호나이스가 코웨이를 상대로 얼음정수기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다툼은 8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코웨이에 “관련 제품 설비를 폐기하고 청호에 1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코웨이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양측은 현재 대법원 판결 일정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