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재정 한다면서 감세는 모순"…"재정준칙 안에서 구조조정 해야"[구호뿐인 재정건전성]

입력 2023-05-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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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5-11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국가채무 비율 선진국보다 낮지만 증가 속도는 우려"…"사회복지 재정 지출 늘려야"

▲(왼쪽부터)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뉴시스)
▲(왼쪽부터)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뉴시스)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국가 재정 상황을 두고 대체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재정 정책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나타냈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감세를 추진해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국가 채무의 증가 속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두고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지출의 남발을 막기 위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성 교수는 11일 본지에 "재정준칙 도입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강화해야 하고, 재정 남발을 막기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9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7개월째 처리되지 않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재정준칙 도입이 경기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 교수는 "현재는 재정지출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기 힘들다"며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한 재정을 활용해야 하는데 종합부동산세 완화, 법인세 감면 등을 시행하고 정작 국민을 위한 재정지출을 줄인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재정준칙 도입이 재정의 역할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경제, 한국경제 모두 상황이 별로 좋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는 긴축재정보다는 확장적인 재정이 필요하다"며 "재정의 자동안전화장치가 취약한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면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정부의 재정 상황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고 입을 모았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은 국가채무 비율과 순부채 모두 양호한 편이지만 가계부채는 높은 편"이라며 "정부부채가 양호하면 역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양극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비축했던 재정 여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부의 감세 기조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법인세와 소득세, 증권거래세, 종부세 등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부자 감세를 하면서 재정건전성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강 교수도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긴축재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기가 좋지 않아 확장적 재정을 펴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라며 "정책을 현실 경제 변화에 따라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표리부동하다보니 정책에서 엇박자가 생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성 교수는 "국가채무 비율 자체는 높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문제"라며 "경기가 좋지 않아 세수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정부가 무리하게 세수를 걷으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대신 재정준칙 범위에서 재정지출의 구조조정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재정건전성을 위한 증세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박 교수는 "윤 정부는 출범 이후 감세와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재정의 필요성이 커지는 현재는 맞는 정책이 아니다"라며 "특히 취약계층이 아닌 금융에 대한 과세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조세부담률이 낮은 상황에서 증세는 필요하고, 다만 증세의 방식은 부담 능력이 있는 계층과 기업이 부담하는 '누진적 보편증세'가 돼야 한다"며 "정부가 로드맵을 만들어 재정을 계획성 있게 지출하는 한편 증세 구조를 개선해 양극화 문제, 분배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재정 지출을 확대하거나 효율화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성 교수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이나 신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부분에 대한 재정지출이 확대돼야 한다"며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현금성 지원 등의 사업은 구조조정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박 교수는 "기술개발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너무나 많은 재정을 지출하고 있는데 이런 식은 개발도상국 시절과 같다"며 "복지에 대한 재정 지출, 즉 국민의 삶에 대한 재정 지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도 "규모면에서 국방과 경제사업, R&D 부문에서 재정치출 효율화와 새는 바가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사회복지 지출은 아직 취약한 상황이고 여기에 대한 재정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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