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대면 스승의날’인데…‘교권 침해’로 씁쓸한 교실

입력 2023-05-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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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교사 10명 중 2명만 다시 태어나도 교사”
조희연 서울교육감 “교육활동보호조례 의제화 필요”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4년 만에 마스크를 벗고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지만 교육 현장 분위기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현장에서는 학생과 선생님 간 대면 활동·행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교권 침해 문제 때문에 학생 지도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면 교육 활동 늘어난 학교

14일 본지와 만난 서울 사립고등학교 2년차 체육교사 김현리(가명) 씨는 “실내외 마스크 해제 이후로 현장학습도 많이 가고, 체육대회도 활발하게 진행한다”며 “이번 스승의 날에도 학생회장이 선생님에게 꽃다발을 드리는 행사를 진행하기로 교사 회의 때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서울 공립초등학교에서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강예서(가명) 씨는 “마스크를 벗고 나니 아이들이 선생님 입모양 모방을 더 자유롭게 하면서 어휘력이나 발음도 느는 게 느껴진다”며 “확실히 마스크가 없으니까 교실 내에서 함께 음식물도 섭취할 수 있고, 연극 같은 다양한 활동도 하게 돼 아이들끼리 라포(신뢰) 형성도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교실 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학생들이 많아, 이전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공립중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2년차 교사 최민재(가명) 씨는 “아이들의 4분의 3 정도는 마스크를 착용한다”며 “마스크 벗는 걸 부끄러워하거나 감염병을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고, 부모님이 마스크 쓰라고 하면 쓰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교권 침해’로 씁쓸한 교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교권침해 이슈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녹록지 않다는 의견이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중등교사 최 씨는 “표면적으로는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대드는 경우는 잘 없는데, 아이를 훈육하고 며칠 뒤에 학교로 민원이 들어와서 교장을 통해 전달된 적 있다”며 “확실히 그런 분위기 때문에 지도할 때 위축되는 게 있다”고 전했다.

서울 공립유치원에서 만4세 반을 맡고 있는 5년차 교사 유예희(가명) 씨는 “만3세 반을 맡게 되면 어려움이 많다”며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유치원으로 옮긴 아이의 경우, 부모님이 교사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왜 기저귀는 안 갈아주냐’ 등 과도한 요구를 하며 간섭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초등교사 강 씨는 “숙제 안해서 지도하면 욕을 하는 등 사례가 진짜 있다”며 “아이들이 학교에 대한 역할을 예전보다 훨씬 가볍게 여기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곳이라고만 여기는 것 같은데, 학생도 학생이지만 사회에서 공교육에 대한 권위와 역할을 확실히 해주고 이를 공고하게 해주는 인식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교육 현장의 어려움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달 28일부터 8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2명만(23.6%)이 교직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총이 설문을 시작한 2006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조사에서 전체 87.5% 교사가 최근 1-2년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응답했으며,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를 했을 경우 민형사 면책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교사는 전체 96.2%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총 관계자는 “괜히 적극 지도했다가는 무차별적인 항의,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만 당하는 무기력한 교권이 교원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정부는 교원이 소신과 열정을 회복하도록 교권 보호와 근무여건‧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교권추락...특단의 대책 마련해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시의회 차원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활동 보호 조례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은 지난해 10월 해당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지만 현재 교육위에서 계류 중이다.

조 교육감은 14일 “교권 추락에 대한 위기의식은 우리 사회 공감대가 이뤄진 것 같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될 것 같다”며 “(교육활동보호조례가) 조례 수준에서 교권 보호나 교사의 교육활동권을 보강하는 게 제한되기는 하지만 노력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승의 날을 계기로 교사 나름의 정당한 지도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통로를 엄격하게 만드는 게 주목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며 “국회에서 법제화 위한 노력도 하고, 법 조항을 넣든지 해서 교사가 피해보지 않도록 하는 문화적, 제도적, 법제적 보완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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