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가 첨단 기술 집약처,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미래 기술력 한눈에"

입력 2023-05-16 11:00 수정 2023-05-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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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공장 1982년 준공, 대형 플랜트 설비 제작
"가스터빈 기기 수출, 중형차 480대 수출 효과"
정부 "신한울 3, 4호 원전 생태계 정상화 신호"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단조공장에 설치된 1만7000t 프레스기가 신한울 3∙4 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 단조 소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단조공장에 설치된 1만7000t 프레스기가 신한울 3∙4 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 단조 소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현대식 대장간'이라고 불리는 두산에너빌리티 단조공장에서 1만7000t급 프레스가 1200도로 벌겋게 달궈진 원통형 쇳덩이를 서서히 힘껏 찍어 누른다. 거리를 두고 지켜봤음에도 찜질방 정도의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프레스가 누를 때마다 떨어져 나가는 쇠 부스러기들은 마치 빵조각이 으스러지는 것과 같았다.

지난 15일 찾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창원공장. 430만㎡(130만 평)로 여의도 면적 1.5배 정도의 크기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와 공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두산그룹의 미래 첨단 기술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핵심공장이자 국가 기술력의 집약체였다.

1976년 착공해 1982년 준공된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은 일반인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국가 기간 산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초대형 플랜트 설비를 제작하고 있다. 여기 창원엔 원자력공장, 주조·단조공장, 터빈·발전기 공장, 풍력공장 등 대단위 생산공장과 제품 수출을 위한 자체 부두를 운영하고 있었다.

"국산화율 100% 가스터빈 수출 시, 중형차 480대 수출 효과"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먼저 두산에너빌리티가 국책사업으로 개발 중인 '발전용 가스터빈'이 시선을 끌어모았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압축된 공기와 액화천연가스(LNG) 연료를 혼합·연소시켜 발생하는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를 터빈의 블레이드(날개)를 통해 회전력으로 전환한다. 이후 터빈에 연결된 발전기를 통해 최종적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무게 약 300t 이상, 길이 11m의 거대한 가스터빈은 두산에너빌리티의 대표 제품이다. 이 가스터빈은 150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마하 1 이상의 속도로 회전한다. 해당 가스터빈은 부품 수만 4만여 개에 달했고, 400개가 넘는 블레이드들이 적용돼 있다.

이상언 터빈공장 파워서비스BG GT 센터 담당 상무는 "블레이드 1개당 중형차 1대 가격과 맞먹는다"며 "해당 가스터빈 하나를 수출하면 중형자동차 480대를 수출한 효과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이라고도 불리며 그만큼 국내 산업육성 생태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가스터빈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해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린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미국, 독일, 일본 등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상무는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한국형 가스터빈을 최초로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국산화율 100%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고, 340개 중소, 중견기업들과 협력해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외국 제품을 사용할 경우 유지 보수 비용이 꽤 들어간다"면서 "국산제품은 이런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국산화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세계 5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270MW급)을 개발하고 현재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시운전 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에 이어 수소터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LNG를 연소하는 가스터빈에 수소 연소가 가능한 연소기를 부착하면 수소터빈으로 전환된다. 지난해 수소터빈 연소기의 30% 혼소 시험에 성공했다.

현재 국책 과제로 50% 수소 혼소 및 수소 전소 연소기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2027년 380MW급 수소 전소 터빈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핵심기기인 수소 전소 터빈용 연소기를 2026년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원전 생태계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단조공장의 '불꽃'

▲15일 두산에너빌리티 창원본사 단조공장에서 진행된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 착수식’에 참석한 정부와 지자체, 발주처, 두산에너빌리티, 협력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15일 두산에너빌리티 창원본사 단조공장에서 진행된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 착수식’에 참석한 정부와 지자체, 발주처, 두산에너빌리티, 협력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이날 두산에너빌리티 단조공장에서는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 착수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의 초기 제작 현장을 선보였다.

'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쉴 새 없이 붉은 쇳덩어리를 찍어 눌렀다. 현대식 대장간을 방불케 했다. 자체 용광로를 통해 생산한 200t 규모의 합금강을 1만7000t 프레스로 단조 작업을 해 증기발생기 제작에 필요한 소재를 만드는 과정이다.

1만7000t 프레스는 높이 23m, 너비 8m로 4개 기둥 방식의 프레스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다. 성인 남성 24만 명이 동시에 누르는 것과 같은 힘으로 작업한다. 완성된 증기발생기의 높이는 약 23m, 무게는 775t에 이른다. 중형차 520여 대 무게다.

신한울 3·4호기는 경북 울진군에 1400㎿급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부지 조성 등 기초 작업이 끝난 상태에서 2017년 10월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로 인해 중단됐다.

정부는 이번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 착수식에 대해 ‘원전 생태계의 완전한 정상궤도 진입’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는 애초 2025년 상반기 착공할 방침이었지만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내년께로 착공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울 3호기는 2032년, 4호기는 2033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착수식에서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계약은 원전 생태계 완전 정상화의 신호탄이 됐다"며 "정부는, 이 과정에서 되살아난 활력이 원전 산업계 구석구석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더욱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원전기술인 SMR 시장 선점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는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SMR 얼라이언스'를 곧 출범시키고, 국내 SMR 산업기반 구축을 위해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오늘 세계 최대 규모의 단조 프레스가 위치한 저희 주단 공장에서 신한울 3, 4호기 주기기 제작 착수 행사를 개최한 데에는 원전 생태계의 복원을 갈망하는 저희 바람이 담겨 있다"며 "제작 착수를 위해 부은 쇳물은 우리 원자력 생태계 부활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오늘 관람하실 단조 작업처럼 여러 시련 속에서도 우리 원전 생태계가 더 단단히 결속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다시 찾겠다는 각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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