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긴축 몸살 앓는 美, 남의 일 아니다

입력 2023-05-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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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금리인상, 은행 위기 단초

신용경색→경제위축 유발 악순환

銀, 지나친 고수익 추구 경계하고

규제 강화해 리스크 관리 만전을

미국에서 지난 2개월 동안 실버게이트 은행을 시작으로 4개 은행이 파산절차를 밟고 있다. 가장 최근에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자산 규모가 2291억 달러에 달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은행 파산이다. 미국 은행의 급속한 붕괴는 잠재된 위험을 과소평가한 결과로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많은 은행이 과거 수년간 금리가 낮고 자산 가격이 높을 때 예금의 상당 부분을 장기 국채와 모기지 담보부 증권에 투자했다. 금리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울 때 예금 이자율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장기 채권에 투자한 것이다. 이런 투자를 통해 은행은 많은 돈을 빠르게 벌어들였다. 특히 팬데믹 시기에 연준의 경기 부양책으로 은행에 현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상황은 더욱 심화됐다.

그러나 이자율이 오르고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은행이 어떤 위험에 노출되고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을지 걱정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결국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시작했고, 4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은행이 보유한 채권 가치는 급락했고, 은행은 장부상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고객들은 은행의 지급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은행에 대한 신뢰는 급속히 무너졌다. 은행은 일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위험을 관리하는 데 소홀했다. 예금이 빠져나가면서 은행은 매입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채권을 팔아서 예금 인출을 충당하고 장부상 손실은 현실이 됐다.

이번 사태로 미국 은행의 시장 가치는 단기간에 급락했고, 국채 수익률은 폭락했다. 그리고 은행 위기는 미국 경제를 둔화시킬 위험이 있는 광범위한 신용 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 신용의 급격한 위축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잠재적으로 경제 활동과 고용의 둔화를 초래한다.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우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직면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대출 기관은 이미 신용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은행 위기를 보면서 미래에 언젠가 그들의 지급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게 하기 위해 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한다면 신용 위축은 불가피하다.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의심은 전염성이 있다. 미국 은행 시스템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련의 은행 파산 이후 더 많은 은행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널리 퍼져 있다.

은행 위기가 고조되자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비롯한 규제 당국은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긴급 조치를 발표했다. 긴급 조치에는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에 있는 모든 무보험 예금에 대해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은행의 무보험 예금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지만 예금 보험이 없어도 돈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물론 위기 상황에서 지급 능력이 있는 금융 기관을 선별하고 보호하는 것은 금융 당국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위험이 발생할 때 당국이 모두를 보호할 것이라는 인식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유발한다.

다른 조치 중 하나는 연준이 특별 할인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이 할인 창구를 통해 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장기 채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예금 인출을 충당하기 위해 차입을 한다. 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담보로 연준이 대출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예금 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 그런 거래를 한다면 대가가 따른다. 연준이 위기 상황에서 위험을 떠안을 것이라는 기대는 은행들이 무모하게 행동하도록 부추긴다. 이번 긴급 프로그램은 1년 동안만 지속될 예정이다. 만료된 후에도 예금을 놓고 경쟁하는 은행은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며 높은 수익을 추구할 것임을 당국은 경계해야 한다.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정책 당국은 중소 규모 은행의 문제를 분명히 인식했다. 그래서 이들 은행의 위험 노출을 줄이기 위해 대형 은행과 동일한 회계 및 유동성 규칙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은행 시스템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중소 은행에 적용되는 다양한 면제 조항도 삭제한다.

아울러 은행이 파산하는 경우 질서 있는 해결을 위해 은행이 금융 당국의 계획과 절차에 따르도록 하는 조항도 도입한다. 또한 당국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위험을 체계적으로 인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중요한 규제를 도입하고, 감독권과 규칙을 재설정하며, 규칙을 시행하는 기관은 심층 조사를 통해 위험을 확인하고 안전성과 건전성을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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