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에 의약계·산업계 모두 불만

입력 2023-05-19 13:59 수정 2023-05-1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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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계 “충분한 논의와 협의 필요” vs 산업계 “사형선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 이용자가 닥터나우 앱을 통해 비대면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닥터나우)
▲한 이용자가 닥터나우 앱을 통해 비대면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닥터나우)

다음달 1일 시행을 앞둔 정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획’에 대해 의약계와 산업계 모두 불만을 드러냈다. 의약계는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친 뒤 시범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대면진료 관련 산업계는 이번 시범사업안이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면서 정부에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17일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의 당정협의회 이후 발표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 방안’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재진만 허용된다. 다만 감염병 확진자, 거동불편자, 섬·벽지 환자 등에게만 초진이 허용된다.

세부안을 보면 의원급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되 일부 상황에 따라 병원급 의료기관에도 재진을 허용하기로 했다. 약 배송은 본인 수령, 대리 수령까지 허용하고, 거동불편자, 섬·벽지 환자 등에 대한 재택 수령(배송) 여부는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의약 3개 단체는 19일 성명을 통해 “비대면 진료는 지금까지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수호해 온 검증된 방식인 대면 진료와 비교해 동등한 수준의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단체는 “따라서 비대면 진료가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약계와 세부적인 논의 없이 발표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 방안’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약계는 △소아청소년과 야간(휴일)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금지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대상자(섬, 도서벽지,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자) 구체적 기준 설정 △병원급 비대면 진료허용 금지 △비대면 진료 법적 책임소재 명확화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불법행위 관리·감독을 강화 △비급여 의약품 처방과 관련된 비대면 진료가 오남용 금지 등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부적인 조건들이 충족돼야 우리 국민이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 시범사업이 진행돼야만 한다”고 했다. 또한 의약 3개 단체는 “앞으로도 국민의 건강한 삶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의료의 본질적 역할을 수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실무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도 정부 발표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산업계는 이번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안이 대한민국 비대면진료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비대면진료 업계를 대표하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는 이날 성명서에서 “이번 시범사업안은 실제 비대면진료의 전달체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反비대면진료 사업이자, 비대면진료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호소했다.

원산협은 “병원 방문이 어려워서 비대면으로라도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국민에게 접근 자체가 어려운 대면진료부터 받으라고 하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라며 “동일한 질환으로 30일 내 대면진료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의료인과의 간단한 문진을 통해 더 큰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막는 것은 건강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진 환자 허용 범위가 지난 30년간 진행한 시범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쌓아 올린 성과가 모두 물거품이 됐다는 비판과 전 세계적 규제 완화 흐름과 달리 나홀로 과거로 회귀하게 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업계는 약 배송이 사실상 금지된 것에 대해서는 약업계 기득권을 대변한 결정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원산협은 “동일한 약을 반복 처방받는 만성질환자조차 무조건 대면으로 수령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의료접근성 증진이 목적인 비대면진료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가장 마지막 단계가 의약품 수령 및 복용인데, 특정 단계에서만 비대면을 원천 배제한 것은 약업계 기득권만을 대변한 결정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원산협은 “즉각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을 철회하고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며 “비대면진료에서의 재진을 재정의하고, 초진 허용 범위를 확대해 지금이라도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의료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는 시범사업안을 다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의료현안협의체, 대한약사회, 원격의료산업협의회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지속 협의하고,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6월 1일 시행 이전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또한, 주기적인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보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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