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엔화, 왜 138엔대까지 밀렸을까

입력 2023-05-19 12:02 수정 2023-05-1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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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이후 6개월 만에 최저
부채한도 협상 진전·연준 긴축 가능성

▲달러 당 엔화 가치 추이. 출처 닛케이
▲달러 당 엔화 가치 추이. 출처 닛케이
엔화 가치가 약 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8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ㆍ엔 환율은 달러당 138엔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달러ㆍ엔 환율이 138엔대까지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약 5개월 만으로, 엔화 가치는 2022년 11월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렸다. 환율과 화폐 가치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달러ㆍ엔 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엔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엔화 가치는 일본은행(BOJ)의 금융완화 정책 수정 기대, 달러 약세, 일본 투자 환경 개선 등에 따라 오름세를 탔다. 이후 우에다 가즈오 신임 일본은행 총재가 당분간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긴축에 선을 그으면서 엔화 가치 상승세도 주춤해졌다.

특히 이날은 대치 국면에 있던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해결 조짐을 보이는 데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엔화 가치가 하방 압력을 받았다.

공화당 소속의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은 이날 “합의에 이르는 길이 보인다”며 빠르면 다음 주 표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말까지 협상 권한을 가진 실무진에서 합의를 마무리 짓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서 귀국하는 다음 주 공식적인 협상 타결을 선언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현재까지 나온 발언 중 가장 진척되고 긍정적인 내용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협상에 진전이 있다”며 하원 투표가 끝난 뒤 상원도 표결 시기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전날 합의에 도달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연준 내 중도파로 분류되는 위원들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도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로리 로건 댈러스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근거가 아직 불분명하다며,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향후 수 주간 나오는 경제지표가 다음 회의를 건너뛰는 것이 적절한지를 나타낼 것”이라며 “하지만 오늘까지 우리는 아직 그 지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도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확실히 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다”며 “금리를 약간 더 올려 보험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 겸 부의장 지명자 역시 인플레이션 강세와 관련해 “우리는 아직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 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37%로 나타났다.

아직은 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최근 연준 인사들을 중심으로 다음 달 금리인상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달러 매수세가 증가하고 있다.

외환 전문 트레이딩 기관인 바녹번글로벌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수석 전략가는 미국 지역 은행주에 대한 우려 완화도 달러 매수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지역 은행의 파산을 계기로 한 은행권 위기는 달러 매도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지역 은행주들은 이번 달 저점을 찍은 뒤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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