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트 “정부의 할 일은 제한적…‘비규제’가 중요”
“기름이 있는데 절반밖에 쓰지 않으면 자원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여성 자원을 활용하지 않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여성이야말로 성장을 견인할 수 있습니다.”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열린 ‘Startup Korea & Startup Nation Israel’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과 이스라엘에서 각각 보안 스타트업 대표를 했던 이영 중기부 장관과 베네트 전 총리가 파이어 사이드 챗이라는 담화형식을 통해 양국간 벤처‧스타트업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 장관과 베네트 전 총리는 한국과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와 벤처투자 환경을 소개하고 양국간 벤처‧스타트업 육성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베네트 전 총리는 한국 사회가 여성이 기업하기에 좋은 환경인지 질문하며 “전 세계적으로 봐도 여성 CEO 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토론의 상황이나 리더십 개발 환경 등을 고려하면 여성이 훨씬 훌륭하다”면서 “더 많은 여성 CEO가 배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어떤 점을 벤치마킹 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요즈마 펀드(이스라엘의 모태펀드)와 규제 완화를 꼽았다. 그는 “요즈마 펀드가 있었기에 큰 이점이 있었다”며 “정부는 규제를 하면 안 된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정부의 역할은 크지 않다. 비규제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스라엘의 장점은 정부가 스타트업 정책을 시작했지만, 이후 민간에 넘겨 강력한 추진력을 가질 수 있게 했다는 점”이라며 “한국도 민간에 주도권을 넘기면서 우선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운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스타트업 정책인 정부 모태펀드와 팁스(TIPS)는 각각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와 TIP에서 따왔다. 이스라엘의 이들 정책은 현재 민간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장관은 올해 민간 모펀드 출자 근거 등을 만들며 국내 스타트업 관련 정책에도 민간의 요소를 끌어들이려고 노력 중이다.
양국은 하이테크 기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베네트 전 총리는 “이스라엘의 경우 수출 55%가 하이테크일 만큼 의존도가 높다”며 “이 영역의 개발이 이스라엘이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 역시 “최근에 투자심리가 위축됐음에도 딥테크(하이테크) 기업 기술 투자는 각광 받고 있다”며 “정부가 규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할 테니 우리 스타트업은 더 큰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우수한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분야에서 양국이 어떠한 협력을 이어나갈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이 장관이 “양국이 어떤 협력을 하면 ‘윈-윈’할 수 있겠냐”고 물었지만 베네트 장관이 자신의 실패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이 장관은 “교류라는 것이 구체적인 프로그램일수도 있지만 실패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도전하는 부분에 대한 문화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면 어떻겠냐는 말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베네트 장관은 “이 장관을 최대한 빨리 이스라엘에 초대해서 양국의 교류를 시작해야겠다”며 원론적으로 답했다.
이 장관은 “미국‧이스라엘 부럽지 않은 창업대국 대한민국을 만든다고 약속했고, 이번 정부 내에 이뤄지길 바란다”며 “이스라엘과도 많은 교류로 새 미래를 열 수 있도록 하겠다”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스타트업 Cyota의 창업자 겸 CEO 출신으로 제13대 총리를 역임했다. 국방부 장관, 교육부 장관, 경제부 장관 등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