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수입 증가에 중국산 공세까지…위기의 K배터리

입력 2023-05-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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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무역수지 첫 적자 기록
배터리 수출보다 수입 속도가 훨씬 빨랐다
현대차, CATL 탑재…매서운 中 공세도 영향
1분기 R&D 6196억 원 투자…배터리 3사 추격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수요 증가로 배터리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차전지 무역수지가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산 배터리의 역수입과 중국산 배터리 탑재 증가 등의 시장 변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리튬이온축전지(HS 6단위 기준)로 분류되는 이차전지의 수출액은 25억 달러(약 3조3212억 원), 수입액은 29억8000만 달러(3조9589억 원)로 4억8000만 달러(약 637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해당 품목에서 적자가 난 건 관련 품목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한국의 완제품 배터리 수출보다 완제품 배터리 수입 속도가 이보다 더 빨랐기 때문이다. 1∼4월 이차전지 수입 증가율은 104.8%로 같은 기간 수출 증가율인 19.4%를 훨씬 웃돌았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대응해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한국 업체들이 해외 배터리 공장을 늘리면서 국산 배터리의 수출 증가율은 둔화했지만,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K배터리의 역수입은 늘고 있다.

또 국내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배터리 업계 1위인 중국 CATL 제품의 국내 자동차 탑재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기아 EV6를 시작으로 CATL 배터리 탑재 차종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가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BYD에 밀려 2위 자리를 내줬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향후 현대차의 신형 코나 전기차 모델에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되면서 비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올해 1분기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며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각 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올해 1분기 R&D 비용으로 총 6196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1분기에 총 4896억 원을 썼던 것과 비교하면 26.6% 늘었다.

가장 큰 비용을 투자한 곳은 삼성SDI로 올해 1분기에만 3088억 원을 투입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19.6% 증가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2262억 원, 846억 원을 투자해 두 자릿수의 투자 증가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수출이 급증하는 등 한국이 시장의 변화 속에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수출은 지난 4월 13억3000만 달러(약 1조7669억 원)로 지난해 4월보다 85.3%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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