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등 전 금융권에 걸쳐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대출 부실’ 위험이 현실화 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3년간 급증한 대출과 가파르게 올랐던 금리 상승 여파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차주들의 부채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1금융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5년 내 최고수준을 기록했고,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2금융권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올 하반기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등 무리하게 대출을 실행한 차주들이 상환 한계에 처하면, 부실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빚 못 갚는 가계·기업 속출…은행 연체율 5년 내 최고=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월 말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평균 0.304%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0.186%)과 비교하면 0.118%포인트(p)나 증가했다. 전월(0.272%)과 비교하면 0.032%p 올랐다.
대출 주체별로는 가계(0.270%)와 기업(0.328%) 연체율은 한 달 사이 각 0.032%p, 0.034%p 늘며 1년 새 각 0.116%p, 0.118%p 상승했다.
부실 위험의 척도를 나타내는 신규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부실 대출채권)비율도 일제히 증가했다. 신규연체율은 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새로운 부실 증감 추이를 보여준다. 고정이하여신은 대출금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82%로, 올해 3월과 작년 4월보다 각 0.008%p, 0.04%p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 비율(0.250%)도 0.008%p, 0.016%p씩 올랐다.
5대 시중은행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은행별로 3~5년 만에 최고치를 넘어섰다. A 은행의 4월 가계대출 연체율(0.32%)은 2018년 4월(0.32%)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은행권은 예상보다 빠른 연체율 상승 속도에 당황하는 모양새다. 특히 9월 원금·이자 유예 종료가 맞물리는 하반기에 위기가 본격화 될 것으로 우려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고금리가 계속 될 것”이라며 “변동금리 비중이 큰 국내 대출 특성상 작년 하반기 급등한 금리에 따른 직접적 상환 부담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출 부실’ 악화…약한 고리 2금융권발 금융위기 가능성 ‘고조’=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부실 대출에 더 취약한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2금융권의 연체율 상황은 더 심각한 상태다. 카드사의 경우 고금리인 카드론과 리볼빙 등을 쓰고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면서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업계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5.1%로, 지난해 말(4.04%)보다 불과 3개월 사이 1.1%p 올랐다. 이 비율이 5%를 넘어선 것은 연말 기준으로 2018년(5.05%)이후 처음이다. 올해 1분기 연체율도 5.1%로 집계됐다. 5%를 웃도는 연체율은 2016년 말(5.83%) 이후 약 6년여만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카드사의 카드론과 결제성 리볼빙 이용 금액도 크게 늘었다.
22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은 34조1210억 원으로, 작년 말(33조6450억 원)보다 4760억 원 늘었다.
7개 카드사(신한·삼성·KB·롯데·우리·하나·현대)의 올해 4월 리볼빙 잔액은 7조1729억 원으로 1년 전인 작년 4월(6조2740억 원)보다 1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연체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1분기 카드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을 뜻하는 카드사의 연체율은 대부분 1%를 넘겼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9월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연장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유예를 하더라도 부실을 이연시키는 것이고, 만약 종료가 된다면 부실이 현실화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