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5000만 대 전력 공급할 수 있는 양
내연기관 차량 수요 2025년 정점 예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엑손모빌이 최근 미국 아칸소주의 광대한 토지에 대한 시추권을 매입하고, 이곳에서 리튬 채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엑손모빌은 자원탐사업체 갈바닉에너지로부터 아칸소주 남부 스맥오버 지층의 약 486㎢ 토지 시추권을 1억 달러(약 1317억 원)에 매입했다. 해당 토지에는 약 400만 톤의 탄산리튬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전기차 5000만 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엑손모빌은 향후 수개월 내에 이곳에서 시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수익성이 확인되면 관련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과정은 석유·가스 회사들이 오랫동안 길러온 전문 기술로, 리튬 생산에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리튬 채굴권 매입은 ‘석유 공룡’인 엑손모빌로서 규모가 큰 거래는 아니다. 하지만 엑손모빌이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 소식통은 “100년 이상 엑손모빌을 뒷받침했던 화석연료 사업과는 거리가 먼 거래로, 내연기관 엔진 수요가 조만간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엑손모빌은 지난해 내연기관 차량 수요가 2025년 정점을 찍고, 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가 2050년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50%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또 전 세계 전기차 수가 2017년 300만 대에서 2040년 4억200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엑손모빌은 2027년까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저탄소 기술을 개발하는 데 17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투자 계획의 일부로 리튬 생산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전기차 시대에 꼭 필요한 광물로 꼽히고 있다. 리튬은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며, 배터리 용량과 평균 전압을 결정짓는다. 이에 따라 리튬의 몸값이 오르면서 기업은 물론 국가들도 ‘리튬 확보전’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은 현재 압도적인 점유율로 리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탄산리튬 가격이 위안화로 표시될 정도다.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들도 리튬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나서고 있다. 호주 최대 리튬 생산 기업 올켐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으며 남미 국가들은 자원 국유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