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업계, 하반기 글로벌 공급증가로 긴장

입력 2009-05-0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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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 신증설 마무리...시장 공략 본격화로 가격인하 우려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가 올해 1분기 깜짝실적을 냈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대내외 환경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인도 최대 석유회사인 릴라이언스가 대규모 정유공장 증설을 끝내고 해외로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쏟아낼 예정인데다 중동지역의 국가들도 석유화학시설 신증설을 마치고 시장공략에 나설 준비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1분기에는 깜짝실적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로 올해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국내외 여건이 크게 좋아지면서 정유 및 유화업계의 '깜짝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64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61.8% 증가했다.

특히 화학부문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345% 급증하면서 작년 한 해동안 화학사업에서 올렸던 영업이익과 비슷한 1294억원을 기록했다.

실적발표를 앞둔 에쓰오일, GS칼텍스 등도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이와 함께 실적발표를 대부분 마무리한 석유화학업계도 1분기 실적에 '웃음꽃'을 지었다.

LG화학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영업이익이 487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4.6%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에 비해 730% 급증한 실적이기도 하다. 호남석유화학도 1분기 영업이익 153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3% 급증했다.

이처럼 정유업종과 석유화학업종 모두 예상외 실적을 거둔 것은 중구 내수경기 부양책에 따른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 부양정책에 따른 수요회복과 석유화학제품의 시황개선,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채산성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공급증가 본격화

그러나 국내기업들은 1분기 '깜짝실적'에 기뻐할 틈도 없이 다시 인도와 중동 등 해외기업의 물량공세로 긴장하고 있다.

인도 릴라이언스는 올초 하루 58만배럴 구모의 정유공장 증설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시험 생산한 물량 일부를 국제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릴라이언스의 일일 정제량은 국내 에쓰오일과 맞먹는 물량으로 올 2분기 중 공장을 풀가동해 휘발유, 경유 등 경질유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도 최초의 정제공장이 지난 2월 공사를 마치고 생산을 시작했다.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베트남이 완공한 이 설비는 하루 14만8000배럴 규모로 앞으로 베트남 수요의 3분의 2를 생산할 예정이다.

또한 중국 해양석유유한공사(CNOOC)는 하루 24만배럴 규모의 정유설비 신증설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유업계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업계도 공장 신증설을 마무리하고 제품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페트로라비그가 지난달 초 석유화학설비 가동에 들어갔고, 사우디 에틸렌·폴리에틸렌 컴퍼니(SEPC)도 오는 6월 설비 가동에 돌입한다. 이란, 쿠웨이트, 카타르 등도 작년 말부터 대규모 설비 가동을 준비해왔다.

김경배 SK에너지 상무는 "중동지역 등의 신증설이 예상보다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깜짝 실적을 거둔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가 2분기 이후 해외기업 물량공세의 직격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유업의 경우 경기불황으로 내수가 감소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에너지의 1분기 수출실적은 전체 매출의 58%에 달하는 4조6804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출비중은 작년 1분기 51%에 비해 7%포인트 높아졌다.

아직 최종 집계되지 않았지만 한국석유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수출은 8164만3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6% 증가했다.

결국 최근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업계로써는 해외기업의 정유시설이 100% 가동하게 되면 공급증가로 수출단가 하락과 이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 등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석유화학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동발 공급 과잉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서 "인도 릴라이언스가 하루 120만배럴 규모의 추가 정유시설을 곧 가동할 것으로 보이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한국의 주요 수출국들이 정유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면서 "최소한 아시아·태평양 역내에서는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또 "석유화학도 올 1월부터 중국이 경기 부양채게 의해 살아났지만 이 효과가 얼마나 갈 지 모른다"며 "특히 아시아 역내 시장에서 한 개 규모가 100만t급인 에틸렌 플랜트 5개가 완공되는 데 그 중 2개만 완공돼도 하반기 석유화학사업은 장사 접어야 될 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해외 석유회사의 신증설이 완료된 만큼 언제든지 시장에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고 수익성이 높은 고도화설비 생산비율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려는 지나치다"…낙관적 시각도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중동 등 해외기업의 신증설 물량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의 지진복구 및 경기부양책으로 화학제품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의 신증설이 계속 지연되면서 물량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차홍선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우디, 이란 등에서 집중적으로 석유화학 신증설 물량이 시장에 나와 석유화학경기가 급락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난 2003년부터 있었다"면서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중동 신증설 물량이 지연되고, 이머징 시장에서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경기 호황이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차 애널리스트는 또 "중동 신증설 물량에 대한 우려는 과다하다"며 "이는 중동 신증설 물량을 지연시켰던 요인들은 일시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중동 지역이 내포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로 파악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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