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종로 대한불교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도난됐던 성보 환수를 부처님께 알리는 의식인 고불식(告佛式)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격동의 현대사를 겪으면서 수많은 성보가 도난되는 수난을 겪었다”면서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소중한 성보들이 각고의 노력끝에 환수돼 원래 자리인 사찰에 봉안됐다”고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조계종이 되찾은 불교문화유산은 전국 14개 사찰에서 잃어버렸던 불상 21점, 불화 11점 등 총 32점이다. 모두 1998년부터 2004년 사이 누군가 훔쳐 간 것이다. 포항 보경사 탄원스님, 화엄사 덕문스님 등 불상과 불화를 도난당했던 사찰의 주지스님들도 이날 한자리에 모여 제 자리로 돌아온 불교문화유산을 맞이하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보경사 탄원스님은 특히 1999년 도난당한 불화 ‘영산회상도’와 ‘지장보살도’를 되찾은 경과를 직접 설명하면서 “2020년 1월 서울의 모 옥션에서 두 불화가 경매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인지했고, 곧장 종단과 문화재청, 경찰청이 상호협력해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후 7개월 동안 자택수색 등으로 총 32점의 도난 성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고, 피의자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2021년과 2022년 형사재판 1심과 2심을 거쳐 피의자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그 사이 국립고궁박물관에 임시 보관돼 있던 불화와 불상을 지난달 문화재청이 인계받아 조계종에 돌려준 것이다.
포항 보경사에서 되찾게 된 ‘영산회상도'(가로 2.42m, 세로 2.2m)와 ‘지장보살도’(가로1.8m, 세로1.58m)는 각각 석가모니와 지장보살이 가부좌를 틀고 앉은 모습의 불화다. 비단 위에 녹색과 적색을 올리는 등 18세기 후반의 대표적인 그림 방식을 따랐다.
특히 지장보살도 하단에 '건륭(乾隆) 43년'이 기재돼 있어 정조 2년이던 1778년 제작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고, 불화를 그린 승려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는 점에서 회화적, 사료적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눈에 띄는 또 다른 불교문화유산은 35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조선 숙종 대 제작 불상 ‘제석천상과 나한상’이다. 당초 전남 구례 천은사에 보관돼 있다가 1988년 도난된 것으로 이번에 되찾은 불교문화유산 중 제작연대가 가장 오래된 불교문화유산이다.
이날 고불식이 끝난 뒤 진우스님과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전시된 제석천상(80cm) 1점과 나한상(75cm) 5점을 자세히 살펴보며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의 해설에 따르면 나한상의 배 부분에서 사리나 불경 등을 넣어둔 복장(腹藏)에서 발원문이 발견됐다. 1693년 지리산 감로사(천은사의 옛 명칭)에 봉안하기 위해 전라도 지역에서 활동하던 조각 장인 색난(色難) 등 여러 화원이 제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진우스님은 이날 “오늘의 성과는 종단과 문화재청, 경찰청이 불교문화유산 환수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의미를 짚으면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성보들도 하루속히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