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조기 금융교육이 있었더라면…" 영끌족의 후회

입력 2023-05-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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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금융교육만 받았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텐데. 모르는 게 죄라지만 너무나 후회된다."

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의 푸념이다. 영끌족 취재를 위해 기자와 만난 30대 직장인 A 씨는 학창시절부터 금융과 재테크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지금의 영끌족을 만들고 각종 정보에 휘둘리게 한 원흉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보유 자산이 없이도 대출을 받아 손쉽게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이 지금 막대한 빚으로 인해 좌절하게 된 계기였다고 했다.

정보없이 ‘남이 하니까’ 뛰어들어

A 씨의 투자 대상은 가상화폐였다. 하루만 투자해도 크게는 원금의 두배도 불릴 수 있다는 주변의 권유에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는 A 씨는 현재 대출금만 8000만 원가량에 달한다. 처음에는 모아놓은 돈 200만 원가량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고 밝힌 A 씨는 한때 원금의 10배가량을 불렸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이 침체기로 돌아서면서 A 씨는 점점 손해를 보기 시작했고, 잃었던 돈을 다시 불린다는 생각에 영끌을 통해 투자금을 늘렸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거액의 빚이었다. 매달 월급의 절반 이상을 대출 이자로 갚고 있다는 그는 이젠 더 이상 대출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엔 모바일 앱으로 클릭 몇 번만 하면 대출이 되니 순식간에 500만 원, 1000만 원이 통장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이렇게 빚이 늘어날 줄 몰랐어요. 벌면 바로 갚아야지 했는데 어느새 대출만 8000만 원을 받았더라고요. 여러 군데서 빌리다 보니 이젠 추가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대출 한도가 안 나온대요. 지금 생각하면 함부로 대출을 받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런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어요. 조기 금융교육을 받았으면 내 인생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살짝 후회가 돼요."

우리 교육이나 언론, 각종 대중매체를 통한 재벌의 모습은 다소 부정적으로 그려진다. 누구나 부자가 되길 꿈꾸면서 오히려 재벌의 모습은 부정적으로 비추고 노동을 통한 땀의 결실로 돈을 벌었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있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현실도 그럴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 발표한 '2004년 이후 서울 주요 아파트 시세변동 분석결과'에 따르면 2004년에는 18년간 급여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에 '내 집 마련'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36년간 급여를 모아야 장만할 수 있다. 사실상 평생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서울에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주식, 가상화폐, 부동산 등을 통한 재테크로 목돈을 만들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오히려 이런 재테크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보다 돈을 잃었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재테크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 다수가 해당 방면에 대한 정보나 공부 없이 남이 하니까 따라하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금융지식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다 보니 단순히 돈에 밝은 사람이 아니라 돈만 밝히는 사람이 되는 셈이다.

교과 과정에 금융교육 강화해야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조기 금융교육이 중요하다. 금융당국도 조기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활성화하려 노력한다는 것을 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3월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금융교육 주간 행사'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조기 금융교육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에 힘쓰겠다고 했다.

다만 여전히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국에 비해 조기 금융교육의 추진 속도가 늦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등은 이미 금융교육을 국가전략으로 채택했다. 미국은 '가정-학교-직장-지역사회'로 이어지는 평생 금융교육을 하고 있다. 영국은 금융교육 전담기구(MAS)를 설립하고 학교 교과에 금융교육을 포함시켜 이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제는 후회만 남기는 영끌족을 더는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 현명하게 공부하고 현실적으로 투자하는 영끌족을 만들도록 조기 금융교육을 추진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더 노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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