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국가자격시험에 응시한 600여 명의 답안지가 채점도 하기 전에 공공기관의 실수로 파쇄되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23일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 은평구 연수중학교에서 치러진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의 필답형 답안지 609장이 공단의 실수로 파쇄됐다.
시험 종료 후 답안지는 포대에 담겨 공단 서울서부지사로 운반됐는데, 이 과정에서 609명의 답안지가 담긴 포대 1개가 담당자 착오로 누락돼 채점센터로 이동되지 않고 전량 파쇄됐다.
공단은 이 같은 사실을 시험을 치른 지 한 달 가까이 흐른 지난 20일에야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 측은 "국가자격시험이 매우 많아서 시험을 치른 즉시 채점을 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갖고 "국가자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관리를 소홀히 해 응시자께 피해를 입힌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단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수험생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재시험이 문제가 아니라 다 잊어버렸는데, 다시 공부하라는 거냐", "다음 달 초까지 열흘 남짓 남았다", "사과와 보상으로 끝날 수 없는 문제다", "손해배상 소송하자" 등의 글이 잇따랐다.
공단은 609명 전원에게 개별 연락해 사과하고 후속 대책을 설명할 예정이며, 수험자의 공무원시험 응시 등 자격 활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다음 달 1∼4일 추가시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공단은 609명에게 교통비 등을 지원하고, 추가 보상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응시 미희망자는 수수료를 전액 환불한다. 공단은 추가시험으로 인한 소요 비용, 2회 기사 시험 수수료 면제 등 추가 보상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공단은 책임자를 문책하는 등 엄중히 조치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기술자격 시행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재점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