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복무기간 전부 취업가능기간에 산입…법무부, 국가배상법 개정 추진

입력 2023-05-24 11:00 수정 2023-05-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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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순직 군경 유족의 위자료 청구 근거도 마련

남성 역차별 논란 반영…병역의무자 불이익 개선
국가배상금 산정 때 군복무기간 산입…입법 예고
‘이중배상금지 원칙’ 규정한 국가배상법 제2조에
‘정신적 고통 위자료 청구’ 근거규정 제3항 신설

사고 당시 9세인 여성과 남성이 사망한 경우를 상정해 법무부가 일실수익(장래 얻을 수 있었을 이익을 사고로 인해 얻지 못하는 손해)을 계산한 결과, 9세인 남녀 모두 월 수입액은 올해 상반기 일용 노임 기준으로 345만5496원‧생계비 공제액은 115만1832원으로 동일했다.

하지만 취업가능기간에서 18개월 차이가 나며 여성이 배상금을 더 많이 받았다. 9세 여성은 552개월로 9살 남성의 534개월 보다 길었다. 취업가능기간은 사고 시부터 가동종료일까지의 기간 672개월에서 이 중 순이익을 얻을 수 없는 기간을 공제해 계산하는데 여성은 19세까지 120개월을, 남성은 군복무 예정 기간 18개월이 포함된 138개월을 각각 공제한다.

때문에 여성의 일실수익은 5억1334만1574원, 남성이 4억8651만8171원으로 남녀 차액이 2682만3403원에 달했다.

법무부가 병역의무 대상 남성에 대한 국가배상액을 산정할 때 예상 군복무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 전부 산입하도록 하는 ‘국가배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또한 정부는 전사‧순직 군경 유족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국가배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 입법 예고 기간은 이달 25일부터 7월 4일까지다.

이번 개정을 통해 그간 계속돼 온 ‘병역의무 대상 남성’과 여성 간 배상액 산정에 있어서의 차별을 폐지하는 한편, 국가에 봉사하던 군경이 전사‧순직했음에도 그 유족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었던 불합리한 점들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 (조현호 기자 hyunho@)
▲ 한동훈 법무부 장관. (조현호 기자 hyunho@)

법무부가 개정을 추진하는 ‘국가배상법 시행령’안을 보면 현재는 국가배상액 산정 시 병역의무 대상 남성의 경우 군복무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서 제외하나,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군복무기간을 전부 취업가능기간에 산입하도록 함으로써 병역의무 대상 남성에 대한 차별을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법원 재판 및 국가배상심의회에서 국가배상액을 산정할 때 병역의무 대상인 남성은 그 복무기간을 일실이익 계산을 위한 취업가능기간에서 제외해 왔다. 예컨대 동일한 사건으로 사망 또는 상해 피해를 입은 경우 피해 남학생들의 군복무 예정기간이 취업가능기간에서 제외돼 피해 여학생들에 비해 배상금이 적게 책정된다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이 같은 배상액 산정 방식은 병역 의무자에게 군복무로 인한 불이익을 야기하고, 병역의무 없는 사람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해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병역의무 다 했더니 오히려 불이익…불합리 적극 개선”

아울러 국가배상법 개정안에서는 지금까지 국가배상법에 따라 전사‧순직 군경 본인 및 유족의 국가배상청구가 일체 금지돼 왔으나, 이번 법률 개정으로 ‘유족 고유의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 청구’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이중배상금지 원칙을 규정한 국가배상법 제2조에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제1항의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라는 위자료 청구의 근거 규정을 제3항으로 신설하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유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은 전사‧순직 군경의 권리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것이므로 이를 봉쇄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한 장관은 이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보상금 산정에 유족의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를 고려하고 있지 않아 법령상 보상과 별개로 위자료 청구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 제공 = 법무부)
(자료 제공 = 법무부)

현행 헌법과 국가배상법‧판례는 ‘이중배상 금지의 원칙’에 따라 군경 등의 전사‧순직 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본인 및 그 유족의 국가배상청구를 일체 불허하고 있다.

한 장관은 “국가와 동료 시민을 위해 병역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은 존경과 보답을 받아 마땅하다”며 “앞으로도 법무부는 병역의무 이행으로 국가에 봉사하는 국민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불합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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