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공개(IPO) 청약 과정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오르는 기업들이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반면, 일부 기업은 수요예측에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음에도 상장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공모주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IPO 시장에서는 단순히 청약 분위기보다 개별 기업 이슈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인공지능(AI) 영상 인식 기술 기업 씨유박스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 3일 만에 공모가(1만5000원)를 회복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86대 1이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7200~2만3200원)를 밑도는 1만5000원에 확정해야 했다.
씨유박스는 지난 9~10일 양일간 진행된 공모청약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여 1000억 원 남짓한 청약증거금이 모였다. 기관 수요예측보다는 선방했지만, 일반 공모청약으로도 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꾀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씨유박스는 일회성 비용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지난해 고객사와 다수의 기술검증(POC)과 성능평가(BMT)를 마무리해 실적 가시성이 높다”고 했다.
마테크(마케팅+테크) 전문 기업 오브젠도 청약 과정에서 쓴맛을 봤다. 오브젠은 IPO 과정에서 공모가를 하단인 1만8000원에 결정했고, 일반 청약에서도 6대 1도 못 미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쟁률 5.97대 1) 청약 증거금은 104억 원을 모았다. 오브젠은 네이버클라우드와 협력 파트너쉽을 맺고 있다.
오브젠은 코스닥 시장 상장 첫날 따상(시가가 공모가의 2배 이상)에 성공하며 4만6800원에 마감했다. 5일 후에도 다시 한번 상한가를 기록해 상장 일주일 만에 7만 원대 중반까지 올라섰다.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사 티이엠씨는 일반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했지만(경쟁률 0.81대 1) 상장 후 공모가(2만8000원)를 크게 웃돌며 현재 4만 원대 초반까지 올라섰다.
청약 과정에서 대흥행을 거뒀지만, 상장 첫날 주가가 27% 넘게 급락한 기업도 있다. 클라우드 보안 기업 모니터랩은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수요예측에서 각각 1715.41대 1, 1785.12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청약 경쟁률은 앞서 진행된 유아용품 전문기업 꿈비(1776대 1)를 제치며 올해 최고 수준이다.
상장 첫날 모니터랩은 공모가(9800원)의 두 배가 넘는 1만9600원으로 시초가가 형성됐지만, 장중 2만3200원까지 오른 뒤 시초가보다 27.55%(5400원) 하락한 1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4거래일째 모니터랩의 주가는 1만5000원 선에서 맴돌고 있다.
청약 성적과 주가 흐름의 불일치는 IPO 시장 침체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IPO 관계자는 "지난 2월 꿈비의 따상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장의 여파보다 기업별 종목 이슈가 커지고 있다. 연초 IPO 시장 침체기에는 시장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안 좋아서 경쟁률이 낮게 나타났던 것"이라며 "오브젠은 시장 시기가 안 좋았을 뿐 지금은 개별 기업 가치로 평가받고 있고, 씨유박스도 오버행 이슈가 지나갔다"고 했다.
최근 공모주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수요예측 과정에서 부진한 흐름을 보인 기업들도 상장 이후 다시 봐야 한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와인 전문 기업 나라셀라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2만 원 하단에 공모가를 결정하고, 일반청약 결과 4.84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음 달 2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