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가 ICBM과 다른 점 [이슈크래커]

입력 2023-05-25 13:04 수정 2023-05-2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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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3차 발사를 하루 앞둔 23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누리호 발사대 기립 및 고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3차 발사를 하루 앞둔 23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누리호 발사대 기립 및 고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다시 한번 우주를 향해 날아오릅니다.

앞서 위성 모사체만 쏘아 올렸던 2021년 1호 발사에 이어, 지난해 6월 2차 발사에서도 성공했던 누리호. 이번 3차 발사는 실용 위성을 실어나르는 우주발사체 본연의 역할을 최초로 수행하는 ‘첫 실전 발사’입니다. 당초 발사 예정일이었던 24일엔 오후 3시경 발사 제어 컴퓨터와 설비 제어 컴퓨터 간 통신 문제가 발생해 발사가 한 차례 연기된 바 있습니다.

현재 누리호에는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비롯해 8기의 위성이 실려 있습니다. 누리호의 성공 여부도 이 위성들을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는가에 따라 결정되죠.

이 위성들은 발사 13분 3초 후 차세대 소형위성 2호부터 20초 간격으로 순차 분리되고, 누리호는 3분 35초간 더 비행한 뒤 총 1138초(18분 58초)의 여행을 끝마치게 됩니다.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첫 우주발사체인 만큼 외신에서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다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누리호를 바라보고 있는데요. 최근 한반도 정세를 두고 군비 경쟁, 안보 문제를 조명하고 있죠.

북한이 최근 새로운 위성발사장이 완공을 앞두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데 따른 것인데요. 북한이 공언해온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샙니다. 블룸버그도 23일(현지시간) “남북한의 발사 계획으로 우주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북한이 최근 군사정찰위성 1호기 조립을 완성했다고 주장한 것과 우리나라의 누리호 발사를 연관 지은 겁니다.

실제 한국 주변 국가들은 누리호 발사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리 군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 아니냐며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누리호 위성 덮개(페어링) 안에 위성 대신 핵탄두를 넣으면 ICBM이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도 온라인상에서 자주 발견되죠.

사실 누리호와 ICBM은 대부분의 기반 기술이 유사합니다. 외신들도 이 점을 두고 누리호가 무기 개발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짚는 겁니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고 하는데요.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서 진행한 정찰위성 개발 중요시험 모습. (출처=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서 진행한 정찰위성 개발 중요시험 모습. (출처=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누리호-ICBM, 기반 기술 같지만…‘대기권 재진입’ 여부가 관건

BBC는 2021년 10월 누리호 첫 발사 당시 “한국은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누리호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 시험은 한국이 진행 중인 무기 개발의 일환으로 여겨져 왔으며 탄도 미사일과 우주 로켓은 유사한 기술을 사용한다”고 보도했습니다. AP통신도 “북한과의 적대감 속에 한국이 우주 기반 감시 체계와 더 큰 규모의 미사일을 구축할 핵심 기술을 보유했음을 입증했다”고 짚었죠.

전문가들에 따르면 누리호와 ICBM은 로켓 엔진과 단 분리 등 대부분의 기반 기술이 같은 게 맞습니다. 그러나 둘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 때문에 호환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하는데요. 이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 여부입니다.

누리호의 임무는 ‘위성을 실어 나르는 것’입니다. 수직으로 치솟아 오르면서 위성을 올릴 궤도에서 수평으로 가속 비행하다가 임무를 마치면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스스로 불타 사라지게 되는데요. 반면 ICBM은 대기권 밖으로 나가 최고 고도에 다다르면 엔진을 정지, 포물선 형태의 궤도를 그리다가 지상의 타격 목표지점을 향해 떨어집니다.

발사체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면 초속 9㎞ 이상의 속도로 공기와 부딪치면서 2000~6000도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됩니다. ICBM과 달리 누리호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에 의한 고온, 고압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래서 불타 사라지게 되는 거죠.

즉, 누리호와 ICBM의 명확한 차이점은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과 충격에서 주탑재 요소를 보호하고, 목표 지점에 정확히 떨어지도록 하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 탑재’ 여부입니다.

또 충전에 필요한 연료 형태도 다릅니다. ICBM은 주로 고체연료를 사용합니다. 반면 누리호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데요. 액체연료는 맹독성 물질이 대부분이라 미리 로켓에 넣어 보관하면 부식 우려가 있어 발사 직전 이를 주입합니다. 또 액체산소, 액체수소 등은 쉽게 기화해 장시간에 걸쳐 주입해야 하죠. 몇 분이면 발사 준비가 끝나는 고체연료와 달리 최대 몇 시간까지 걸리는 느긋한(?) 과정이라 은밀하고 신속한 발사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해 6월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해 6월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누리호, ‘뉴 스페이스’ 시대 가능성 타진…ICBM은 군사·정치적 목적 두드러져

시작점도 다릅니다. 2010년부터 시작된 누리호 프로젝트는 국내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를 전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중공업 등 300여 곳이 엔진 제작부터 조립, 발사대 건설까지 전 과정에 동참해왔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발사에서 제작 총괄 관리, 발사 공동 운용 등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향후 4·5·6차 발사에서는 점차 참여 범위를 늘려 국가기관인 항우연 대신 발사를 주도할 예정인데요.

누리호에 실리는 큐브위성에도 민간 기업인 루미르, 져스텍, 카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위성이 포함됐죠. 즉 이번 3차 발사가 성공한다면, 민간 기업의 주도로 상업적 우주 개척 가능성을 타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성공리에 개막하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ICBM 기술은 우주 기술 및 산업 개발이 아닌 군사적, 정치·외교적 목적 달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한 후 다음 날 발사 장면까지 사진과 영상을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엔 ICBM ‘화성포-15’형의 발사훈련을 하면서 최대정점고도 5,768.5㎞까지 상승해 989㎞의 거리를 4015초 동안 비행해 목표물에 명중했다고 전하기도 했죠. 이 발사가 고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ICBM 개발 사실과 완성 여부, 또 구체적인 능력과 시험 과정까지 세세히 공개하면서 군사적 능력을 보여준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이 군사적 목적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에 더 초점을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외교적으로 한미와 적대적 관계는 이어가면서 자신들의 군사적 능력을 보여줘 안보적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는 거죠.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하는 전략무기의 성능과 제원에 거품이 끼어 있을 가능성도 지적합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20일 연합뉴스를 통해 “북한이 공개하는 전략무기의 성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며 “신무기 개발은 노후화 등을 고려해 대량생산의 과정까지 나가야 인정할 수 있는데, 북한의 경제나 산업 능력으로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이처럼 누리호와 ICBM은 개발 의도부터 달라 호환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도 블룸버그에 “우리는 일정에 따라 작업하고 있을 뿐 북한을 의식하진 않는다”며 ‘북한과의 우주 경쟁’ 분석에 선을 그었습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3차 발사일인 24일 전남 고흥군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서 아이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당초 목표대로 누리호를 오후6시 24분에 발사하기로 확정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3차 발사일인 24일 전남 고흥군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서 아이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당초 목표대로 누리호를 오후6시 24분에 발사하기로 확정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국방력 향상 기대감 커져…다방면에서 개척 가능성 제시한 누리호

하지만 누리호 발사로 인한 우리 군방력이 향상 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습니다. ICBM과는 당초 개발 의도가 다른 만큼 대기권 재진입 등 기술 탑재 여부에선 차이점을 보이지만, 본질적으론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두죠. 우리가 원하는 위성을 원하는 시기에 발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외국에 공개하기 힘든 군사 위성도 발사 가능한 셈입니다.

무엇보다 누리호가 우리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누리호 이전, 우리나라는 위성을 쏘아 올릴 때 다른 나라의 발사체를 빌리곤 했습니다. 해외 발사체 업체가 부르는 대로 비용을 지불해야 했죠.

나로호만 하더라도 러시아와의 공동 개발이었습니다. 러시아의 1단 액체연료 로켓에 우리의 2단 고체연료 로켓을 결합한 건데, 우주 발사체에서 핵심 부분인 1단 엔진이 러시아제라서 우리 발사체라고 부르긴 어려웠습니다. 또 발사체 기술은 국가 간 이전이 불가능해서 공동 개발이더라도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워야 했죠. 고 본부장은 지난해 KBS 뉴스에 출연해 “뭐라도 하나 더 얻어내려고 하다 보니 그들이 두고 간 서류나 그림까지 뒤진 기억이 있다. 서류가 노어로 돼 있다 보니 사전을 찾아가면서 봤다”고 회상하기도 했는데요.

누리호는 엔진부터 대형 산화제 탱크, 배관, 발사대 등 핵심 영역이 모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습니다. 위성을 실어 나른다는 임무를 지닌 만큼,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까지 확보하게 됐죠. 해외 기술력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발사 기술을 기반으로 향후 다양한 우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셈입니다.

한편, 누리호는 25일 오후 6시 24분께 발사될 예정입니다.

발사 10분 전부터는 발사 자동 운용(PLO)에 들어가며,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돌입합니다. PLO가 누리호의 정상 상태를 확인하면 1단 엔진이 자동 점화되죠. 엔진 점화 후 1단이 300t 추력에 도달하면 4개의 지상고정장치(VHD)가 풀리고, 누리호가 비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과연 누리호는 목표 궤도에 진입해 위성을 임무 궤도에 투입할 수 있을까요? 이륙부터 위성 분리까지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상황, 누리호의 세 번째 도전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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