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美 성장세 둔화’라는 우울한 전망

입력 2023-05-25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부채한도 상향’ 민주·공화 기싸움

인플레 압력에 고금리 유지할 듯

과도한 부채로 재정정책도 제약

경기부양 한계…성장동력 약화돼

미국 부채한도 상향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국가들과 달리 미국은 국가 부채의 상한을 설정해두고 있는데, 그 금액은 현재 31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와 코로나 사태 등을 거치면서 강한 경기 부양이 이어지면서 국가 부채가 크게 증가, 지난 1월 이미 그 한도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한도에 근접한 것도 문제지만, 향후 지출도 여전히 큰 규모로 이어진다는 것 역시 이슈다.

부채가 커져버린 상황에서 제일 두려운 것은 금리 상승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미국의 국채 금리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향후 미국의 이자 부담을 더욱 크게 확대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재무부는 TGA(Treasury General Account) 계좌에 일정 금액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국가 예산을 운영하고 있는데 TGA계좌의 자금마저 바닥을 보이면 실제 국가 부도, 즉 디폴트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언급했던 계좌의 자금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 그 날짜를 X-데이트라고 하는데, 미국 재무장관인 옐런은 6월 첫째 주 정도로 임박했음을 경고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라는 국가가 돈이 없어서 실제 발행한 국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소간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쟁 느낌이 있는데, 이들은 내년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부채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금융 위기를 뛰어넘는 거대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며 공화당이 빠른 합의에 나서줄 것으로 종용하고 있다.

반면에 공화당은 민주당의 재정 지출이 상당히 방만하며 이런 형태의 지출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뿐 아니라 부채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더욱 확대시킬 것임을 근거로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 지출을 크게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정책 관련 항목의 재정 지출을 축소시키려 하고 있으며,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인 갈등이 어떻게 풀려나가는지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국가 부도가 현실화됐을 때 금융 시장 충격은 쉽게 가늠이 되지 않기에 양당 간 원활한 합의를 통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다만 이렇게 합의가 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부채 한도가 상향되면 다시금 국채 발행을 통해 국가 부채를 늘리며 국가 예산을 운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상당한 규모의 부채는 여전히 남는다.

거대한 국가 부채는 지속적으로 경제 발전에 부담을 준다.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하고 있기에 고금리를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보다 많은 이자 지출로 인해 그 부담이 더욱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국가 부채가 많으므로 향후에도 예산을 크게 늘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이자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 실제 국가 운영, 혹은 경기 부양, 복지 지출 등을 위해 쓸 수 있는 예산의 제약 역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미국 경제는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금리 인상 및 물가 상승 효과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다면 어떻게 될까? 경기 부진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기에 중앙은행인 연준은 과거와 같은 공격적 금리 인하 등을 진행하기 어렵다. 통화정책이 어려울 때는 재정정책으로 풀어나가야 하는데, 과도한 부채 부담으로 인해 재정 지출마저 제약받는다면 과거와는 달리 경기둔화 시기에 이런 어려움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무기가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지금 많은 투자자들은 미국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협상이 어떻게 타결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그 타결 시점이 중요하겠지만, 그 타결 이후에도 미국의 부채 문제는 남아있다는 점, 그리고 이로 인해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세 역시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을 중장기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당원 게시판 논란'에 연일 파열음…與 균열 심화
  • 코스닥·나스닥, 20년간 시총 증가율 비슷했지만…지수 상승률은 ‘딴판’
  • 李 열흘만에 또 사법 리스크…두 번째 고비 넘길까
  • 성장률 적신호 속 '추경 해프닝'…건전재정 기조 흔들?
  • 민경훈, 뭉클한 결혼식 현장 공개…강호동도 울린 결혼 서약
  • [이슈Law] 연달아 터지는 ‘아트테크’ 사기 의혹…이중 구조에 주목
  • 유럽 최대 배터리사 파산 신청에…골드만삭스 9억 달러 날렸다
  •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서 “한반도 노동자,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서 노동”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4,850,000
    • -0.8%
    • 이더리움
    • 4,606,000
    • -2.91%
    • 비트코인 캐시
    • 687,500
    • -7.28%
    • 리플
    • 1,904
    • -10.69%
    • 솔라나
    • 343,300
    • -3.97%
    • 에이다
    • 1,383
    • -8.17%
    • 이오스
    • 1,133
    • +5.2%
    • 트론
    • 285
    • -6.25%
    • 스텔라루멘
    • 718
    • +19.27%
    • 비트코인에스브이
    • 93,700
    • -7.04%
    • 체인링크
    • 23,150
    • -3.54%
    • 샌드박스
    • 783
    • +39.3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