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무효”…헌재, ‘각하’ 판단

입력 2023-05-2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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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땅 공여 취소하라” 성주‧김천 주민 392명 소송 제기

외교장관 상대 ‘부지공여승인 무효’ 소제기
1‧2심 각하…大法도 심리불속행 상고 기각
법원서 막히자 헌재 문 두드려…위헌 주장
방위조약 등 문제 삼았지만…피고적격 발목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이하 사드) 배치를 위해 주한미군에 경북 성주군 땅을 제공한 조치가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을 어겨 무효라는 위헌 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25일 서울 종로구 재동 대심판정에서 성주군‧김천시 주민 392명이 청구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 등 위헌소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다”고 결정했다.

▲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발사 훈련 모습. (연합뉴스)
▲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발사 훈련 모습. (연합뉴스)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라 사드 배치 부지를 공여하기 위한 협의 절차를 개시했다. 합동위원회 산하 시설구역분과위원회‧환경분과위원회 실무협의를 거쳐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는 2017년 4월 합동위원회에 사드를 배치할 부지사용 공여 승인을 요청했다. 합동위원회는 같은 달 성주 스카이힐 골프장 부지 중 32만8779㎡를 주한미군에 공여하는 것을 승인했다.

성주‧김천 주민들로 구성된 청구인들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부지공여 승인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0년 12월 ‘이 사건 부지공여 승인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적격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인들의 소를 모두 각하했다.

청구인들은 항소했으나 지난해 1월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됐고, 청구인들이 다시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작년 5월 심리불속행으로 상고 기각됐다.

재판이 계속 중이던 2021년 10월 부지공여 승인의 근거가 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 및 주한미군지위협정 제2조 제1항 (가) 1문, 제28조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본안소송이 부적법해 소 각하를 면할 수 없는 이상 재판의 전제성이 흠결돼 부적법하다”며 청구인들의 위헌제청 신청을 모두 각하했다. 이에 청구인들은 지난해 2월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법원이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재판규범 중 위헌제청신청 대상이 아닌 관련 법률에서 규정한 소송요건을 구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소 각하 판결을 선고하고 그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해사건에 관한 재판의 전제성 요건이 흠결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선고했다.

헌재법 68조 2항에 의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해당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돼야 한다. 여기에서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려면, 그 법률이 법원의 재판에 적용되며 그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져야 한다.

▲ 유남석(오른쪽) 헌법재판소 소장이 서울 종로구 재동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유남석(오른쪽) 헌법재판소 소장이 서울 종로구 재동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특히 헌재는 피고적격이 문제된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청구인들이 소송 상대방을 잘못 골랐다는 얘기다.

헌재는 “청구인들은 외교부 장관을 피고로 해 ‘피고가 2017년 4월 사드 배치를 위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일대 30여 만㎡의 공여를 승인한 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 사건 부지의 사용을 최종적으로 승인한 주체는 합동위원회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에게 피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관 전원은 “결국 심판 대상 조항의 위헌 여부는 당해 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아니한다”면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고 결정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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