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분야에도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을 모티브로 한 한국정원이 세계적 권위를 가진 가든쇼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27일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첼시 플라워쇼'에서 황지해 작가가 지리산을 모티브로 한 한국정원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A Letter from a Million Years Past)'가 주요 경쟁 부문인 쇼가든에서 금상을 수상, K-가든을 세계에 알렸다.
첼시 플라워쇼는 영국의 대표적인 정원·원예 박람회로 왕립원예협회(RHS) 주최로 1913년 시작됐다. 런던 남서부 부촌 첼시 지역에 템스강과 접한 4만5000㎡ 규모 부지에서 개최된다.
황 작가는 2011년 전통 화장실을 정원으로 승화한 ‘해우소’로 아티즈가든 부문 금상과 최고상, 2012년에는 '디엠지(DMZ) : 금지된 정원'으로 쇼가든 부문 전체 최고상과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수상은 황 작가가 11년 만에 첼시 플라워쇼에 복귀하여 이룬 쾌거다. 이번 수상으로 황 작가는 첼시 플라워쇼에서 3번의 금상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는 지리산 동남쪽 약초군락을 모티브로 설계한 정원이다. 약초와 원시적 형태의 자연 풍경을 통해 환경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지리산에만 있는 지리바꽃, 멸종위기종인 나도승마, 산삼, 더덕 등 토종 식물 등 식물 300여 종과 총 200t 무게의 바위들로 가로 10m, 세로 20m 크기 땅에 지리산의 야성적인 모습을 재현했다.
바위 사이엔 지리산 젖줄을 표현한 작은 개울이 흐르고, 중심엔 지리산 약초 건조장을 참고해 만든 5m 높이 탑이 서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원문화가 국민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았고,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으로 '정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져 이번 수상의 의미가 더 깊게 다가온다"라며 "한국정원도 K-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앞으로 황 작가와 같은 인재를 찾는 일에 집중하고 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산림청은 정원문화 활성화와 정원산업 진흥을 위해 정원박람회와 가든쇼를 통해 유망한 정원 작가를 발굴 중이다. 또 정원 작가를 꿈꾸는 청년의 역량을 강화하는 '정원드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원소재로 활용 가치가 높은 자생식물을 발굴하고, 특성 강화를 위해 품종을 개발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김용관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생활권 깊숙이 숲을 끌어온 것이 바로 정원"이라며 "한국정원의 세계화를 위해 국제적인 가든쇼에서 성과를 보여준 황지해 작가와 같은 유망한 정원작가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