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칸영화제가 27일 폐막을 앞둔 가운데 경쟁 부문에 오른 21편의 신작 중 17편을 상영했다. 전 세계 영화계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향방에 주목하는 상황에서 현지 평론가와 기자들은 핀란드 대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신작 ‘폴른 리브즈’, ‘캐롤’로 팬덤을 구축한 토드 헤인스 감독의 신작 ‘메이 디셈버’ 등을 유력한 후보작으로 손꼽는다.
26일 영국 영화잡지 스크린데일리가 LA타임스, 가디언, 르몽드 등 각국 매체에 소속된 12명의 전문가를 섭외해 매긴 칸영화제 점수표(jury grid)에 따르면 4점 만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작품은 3.2점의 영화 '폴른 리브즈'다.
‘과거가 없는 남자’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쥔 바 있는 핀란드 대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신작으로, 헬싱키의 밤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마트 직원과 건설 현장 인부가 인생 최초의 사랑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다루는 영화다.
현지에서는 “먼지 속 보석처럼 반짝이는 비극적인 코미디”(할리우드 리포터), “이른 아침 열리는 최초상영회에 대개 돌처럼 굳은 얼굴로 참석하는 언론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데드라인)와 같은 호평을 끌어냈다.
줄리안 무어,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신작 ‘메이 디셈버’도 3점을 받으며 좋은 평가를 받은 상황이다.
23세 연하의 남성과 연애한 사실이 타블로이드 신문에 알려지면서 가십의 대상이 됐던 여인(줄리안 무어)과 그의 과거를 연구하고 연기해야 하는 할리우드 배우(나탈리 포트만)의 만남을 흥미롭게 조명했다. LGBT영화 '캐롤'로 강력 팬덤을 형성한 토드 헤인스 감독의 신작이다.
‘메이 디셈버’는 넷플릭스가 배급권을 사들여 전 세계에 스트리밍할 계획이라고 23일(현지시각) 복수의 미국 연예매체가 보도했다. 일찍이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작품으로 낙점됐다는 의미다.
프랑스 감독 저스틴 트리에의 신작 범죄물 '아나토미 오브 어 폴'도 3점으로 준수한 점수를 받았다. 살인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를 지적으로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니 에드만'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 산드라 휠러가 주연을 맡아 “고요하면서도 직설적인 연기가 영화에 질감, 실체성, 감정적 힘을 부여한다”(가디언)는 호평을 받았다.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은 프랑스 영화매체 르 필름 프랑세(Le Film français)가 섭외한 평론가 점수표(les etoiles de la critique)에서도 가장 많은 5표를 획득하며 유력한 황금종려상 예상작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아직 칸영화제의 전통적 강자인 켄 로치 감독의 신작 ‘디 올드 오크’를 포함한 네 편의 작품이 채 공개되지 않은 만큼, 결과를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두 차례나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켄 로치 감독은 신작 ‘디 올드 오크’에서 쇠락한 영국 광산마을에 유입되는 시리아 난민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27일 폐막일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