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리는 이재명, 떠오르는 문재인...野지각변동

입력 2023-05-29 15:47 수정 2023-05-2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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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이어 ‘김남국 코인’ 의혹이 터지더니 대의원제 존폐 논쟁까지 불거지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이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부상한 사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의 주인공이 된 지 오래지 않아 평산 ‘책방지기’로 인기를 올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문(친문재인)의 영향력을 키운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명계’ 연일 이재명 비판...리더십 흔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5.1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5.14. bjko@newsis.com

비명(비이재명)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경북 안동의 한 당원 모임에 갔다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국민의힘으로 가라”는 항의를 받은 일화를 털어놨다. 박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민주당의 지도자를 자임하고,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이라면 이런 잘못된 행동에 대해 단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팬덤 정치와의 결별’을 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 간 대립은 연일 격화되는 모습이다. 친명계 장경태 의원이 이끄는 혁신위원회는 최근 대의원제 폐지·축소안을 내놨다. 26일 최고위원회의에 제시된 두 가지 안은 ‘60 대 1 수준’인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비중을 ‘20 대 1 수준’으로 낮추거나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를 모두 1표로 바꾸는 안이다. 그러나 권리당원인 ‘개딸’(개혁의딸)의 목소리를 줄이길 바랐던 비명계로서는 개혁안이 반대로 흘러간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구성 단계 논의부터 잡음이 일었던 혁신위는 오히려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24일 유튜브 ‘당원존 라이브’에 출연해 “혁신안이 준비가 잘돼 있는데, 이제는 집행을 하나씩 해나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혁신위 주도권을 뺏기지 않고 당을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당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위기의식 없이 ‘개딸’ 세력이 있어 당 지지율이 이만큼이라도 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들과 결별하지 않으면) 중도층도 무당층도 다 떠나면 민주당 총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선은 ‘문재인’...‘친문계’ 장외 행보

▲[양산=뉴시스] 차용현 기자 =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최근 개장한 평산책방을 둘러보고 있다. 2023.05.10. con@newsis.com
▲[양산=뉴시스] 차용현 기자 =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최근 개장한 평산책방을 둘러보고 있다. 2023.05.10. con@newsis.com

당이 위기에 몰리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문 전 대통령에게로 쏠리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26일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평산책방을 개업했다. 평산책방은 29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개점 한 달 동안 4만2097명이 방문했고, 책 2만2691권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29일 기준 유튜브 ‘평산책방’은 구독자 수 7000명을 돌파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여생을 보낼 양산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로 ‘책방지기’를 자처했지만, 책방이 내년 총선을 위한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아지트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종석·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영주·이인영·전해철·한정애·황희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장관들이 평산책방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전 대통령 본인도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그는 자신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졌다”고 밝혀 논란을 일었다. 10일에는 양산 사저를 찾아온 민주당 지도부와 면담에서 “대화라고 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있어서 일종의 의무와도 같은 것이다. 대화가 없으면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며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친문계 인사들의 공개적 행보도 두드러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6일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가불 선진국’, ‘법고전 산책’ 북콘서트에서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자유’를 보는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총리였던 이낙연 전 대표도 지난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간 간담회에서 “정치가 길을 찾고 국민이 어딘가 마음 둘 곳을 갖게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하며 정치 재개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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