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가 빠진 거래소 이상거래 감시 시스템 고도화 [CFD 주가 조작 쟁점②]

입력 2023-05-30 06:29 수정 2023-05-3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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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신종수법 등장에 한국거래소 시스템 고도화 개선도 주목
거래소 이상거래 종목 포착 기간 및 의심 세력 연관성 확대 방침
전문가 “데이터 위주 아닌 시장 모니터링 방안 고민해야”

시장교란 세력과 전쟁을 선포한 금융당국이 ‘제2의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를 막기 위해선 한국거래소의 ‘이상거래 감시 시스템 고도화’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현행 감시 체계는 거래소가 특정 종목이 급등하거나 특정 세력의 관여율이 높은 이상 거래를 포착하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차 조사를 한 후 검찰로 넘겨 수사하는 형태다. 때문에 이상 거래 행위 적발의 ‘1차 수문장’을 맡은 거래소의 감시망이 촘촘해지지 않으면 치밀한 불법 행위를 인지할 수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의 차액결제거래(CFD) 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투자참고지표로 전체 CFD 잔고 및 개별 종목별 CFD 잔고 등도 공시한다. 거래소 거래정보저장소(TR) 보고항목에 실제투자자의 계좌정보도 추가하기로 했다. 그러나 CFD 제도 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CFD 등 총수익스와프(TRS)에 기반한 상품들을 악용한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시스템 정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TRS는 증권사가 기초자산을 매입하고 투자자는 자산 가격 변화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얻게 되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CFD에 대한 규제 문턱이 높아질수록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투자자들이 새로운 유형의 장외파생상품을 찾아 몰려들 가능성만 높아질 거란 예측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공정거래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교묘해지고 있다”며 “장기간에 걸쳐 CFD, TRS 거래와 연계된 불공정거래수법은 현행 시장감시시스템에서는 탐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장기간에 걸쳐 장외파생상품 등을 활용한 신종유형의 불공정거래를 신속하게 적출하고 조사하려면 AI 및 빅데이터 관련 우수 인재 채용을 늘리고 대규모 IT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거래소의 시장감시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간 거래소 이상거래 감시 시스템 고도화에 대한 의견은 많았지만, ‘어떻게’ 고도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은 빠져있었다. 이상거래 감시 시스템은 거래소 홈페이지에 공개된 투자유의 경보 시스템과 유사하나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주가조작 세력이 공개된 기준을 피해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거래소 안팎에서는 결국 저인망식 감시를 위해 그물망을 더 촘촘하게 하는 정공법이 최선이란 분석이 나온다. SG증권발 사태가 ‘장기간 상승’, ‘세력 간 연관성 감추기’라는 수법으로 감시망을 피해간 만큼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을 포착하는 기간과 의심 계좌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거래량 비중이 낮아 굳이 확인해보기 애매했던 건들까지 일일이 들춰보면서 연관성을 확인할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는 거래 규모의 기준을 낮추는 등 특정 계좌나 그룹이 영향력이 적더라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거래 비중이 낮더라도 묶어보면 (시세조종 등 불법 행위에) 해당 될 수 있고 다른 고빈도 매매 등도 감안해 폭넓게 살펴보기 위해선 비중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거래소 자동화 시스템에 대해 횟수든 비중이 여러 요소 기준들을 하향조정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거래소도 최근 정공법을 통해 시장감시시스템 개편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100일 이내 주가 상승률과 호가·시세·체결 관여율 등 기준을 높여 단기간에 오른 종목들로 한정했던 이상거래 종목 포착 기간을 늘리고, 의심되는 세력의 연관성 기준을 새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인력 확충이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인망식 감시를 위해선 기존에 이상거래 감시에 투입됐던 인적·시간적 자원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서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처음 현장에선 불법 행위 등이 안 보이니 (인력이나 시간을 더 투입해) 과거 10건을 보던 것에서 100건이나 되는걸 넓게 다 따져봐야 하는것”이라며 “시세조종 루머 등 다 보다 보니 많은 것들이 별게 아닌 걸로 기각될 가능성이 있지만 저인망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전했다.

불공정거래 조사를 맡았던 금감원 출신 관계자는 “데이터 위주로 시장 감시를 하다 보니까 이번에 문제가 드러난 것처럼 장기간에 걸쳐 아주 조금씩 시세를 올리는 조작세력을 찾아내는 방안이 결여됐던 것 같다”면서 “투자자들이 사용하는 통신 수단도 바뀌고 있는 만큼 특별감시팀을 구성해 시스템에서 벗어나 시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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