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은 31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처리시설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도쿄전력 측 자료와 시연 등으로 점검했다고 밝혔다.
시찰단장을 맡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요 설비들이 설계도대로 현장에 설치돼있는 걸 확인했고, 이상 상황 시 오염수 방출을 차단키 위한 수단들도 확인했다. 현장 직접 확인과 보다 구체적인 자료확보를 통해 과학·기술적 검토 과정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있다”며 “그러나 주요설비의 성능 적정성과 장기운전 가능성 등 종합적인 평가를 위해선 추가적인 정밀분석과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 단장은 우선 삼중수소를 제외한 오염수 내 방사성 핵종 62종을 제거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대해 “일본 측으로부터 ALPS를 거치기 전후 핵종 농도를 비교하는 원자료를 확보했다. 도쿄전력은 연 1회 ALPS 시설로 (제거되는 62종에 더해 삼중수소와 탄소14 등 2개 핵종까지 포함한) 64개 핵종 농도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10여 개 주요 핵종에 대해선 주 1회 ALPS 처리 전후 농도를 분석한다. 이 자료도 최근 자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LPS 내) 흡착제의 교체주기도 확인했고, ALPS의 고장 사례와 조치 사항 자료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시찰단에 따르면 64개 핵종에 대한 데이터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 주요 핵종은 4월 기준 자료가 확보됐다. ALPS 주요 고장사례는 지금까지 8회로 확인됐고, 흡착재 교체시기는 오염수 8000톤 처리 뒤 주 1회 농도 분석 결과 정화능력이 떨어지면 교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 단장은 “확보한 자료에 대해선 농도치 정밀분석이 필요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확증모니터링 프로그램으로 시료를 채취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참여해 검증하고 있어 그 결과까지 참고해 종합적으로 ALPS 능력을 확인할 계획”이라며 장기간 운영이 가능한지는 어떤 항목으로 정기점검을 하고 유지·관리는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해 추가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ALPS를 거친 오염수가 방류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K4탱크군에 대해선 오염수를 순환시키는 순환펌프의 설치상태, 순환계통 성능 확인을 위한 시험·점검 기록지 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송설비에 긴급차단밸브 구동력이 상실되면 밸브가 자동으로 닫히도록 설계한 데 더해 수동 차단밸브도 설치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희석·방출설비는 삼중수소 배출목표치(1,500Bq/L)에 맞춰 오염수에 해수를 섞어 희석하고 있는지, 해수이송펌프가 희석 목표를 만족토록 충분한 용량(1대당 7,086m3/hr)으로 설계됐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앙감시제어실은 이상상황 발생 시 경보 및 오염수 긴급차단이 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점검했고, 향후 원자력규제위원회(NRA) 검사 등을 통해 적절성을 종합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화학분석동은 38대 분석장비의 분석 과정 절차화 상태를 확인했고, 방사선영향평가 시 IAEA 기준과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기준에 따라 지표생물 등을 선정해 평가 중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찰단은 한일 당국 협의대로 직접 오염수 시료를 채취하진 못했다. 도쿄전력 주체로 채취해 IAEA 제공한 시료 분석에만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참여할 뿐, 시찰단은 직접 시료를 채취하거나 전달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시찰단은 도쿄전력이 시료 분석 시연을 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데이터 신뢰성 여부 판단을 위해 분석절차에 인적 개입이 있는지만 본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도쿄전력이 시료를 분석하는 전체 과정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선 일본이 전달한 자료들만으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유 단장은 이에 “시료를 떠서 분석하고 측정하는 단계까지 데이터 관리가 어떻게 되는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자료를 요구한 부분들이 있다. 화학분석동에서 시료 정보와 시료 측정까지의 단계를 현장 시연을 통해 확인했다”며 “일본의 오염수 방출 계획과 조치사항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입증토록 현장에서 보고 자료를 요구하고 추가적으로 정밀 분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월에) IAEA가 (도쿄전력 주체로) 시료를 떠서 미국·프랑스·스위스 그리고 원자력안전기술원까지 여러 군데에 보내 교차분석을 하고 있다. IAEA의 국제검증 차원이다. 우리는 1차 완료를 했고 2~3차에 걸쳐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성일 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폐기물평가실 책임연구원은 “방출 이후에는 해양에서 시료를 떠서 예상했던 선량평가와 추정치 이내로 유지되는지 직접 계속 모니터링 하라고 IAEA에서 계속 권고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염수 방류 이후’ 모니터링을 언급한 데 대해 오염수가 방류된 다음이라도 우리 측에서 직접 시료를 채취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본지 질문에 대해 유 단장은 “일단 오염수 방류 자체가 지금 (일본의) 계획상 (30년 간) 장기간 이뤄지는 것이라 IAEA가 장기간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며 “이 부분은 국제검증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것만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씀”이라고 답했다.
결국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IAEA가 장기간 모니터링을 할 계획인 만큼 상황에 따라 시료 채취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시찰단은 21명의 단원 전원 명단을 공개했다. 최근 야권에서 명단 비공개를 비판하고 나서자 공개에 나선 것이다.
시찰단원은 유 단장과 김성일 책임연구원을 위시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강유겸 환경방사능평가실 연구원, 김대지 환경방사능평가실 책임연구원, 김선혜 기계·재료평가실 책임연구원, 김정호 구조·부지평가실 선임연구원, 김철수 환경방사능평가실 책임연구원, 김현일 환경방사능평가실 선임연구원, 신철 해외규제기술지원사업 책임연구원, 신호철 계측·제어전기평가실 책임연구원, 장재권 전문위원 책임연구원, 정구영 원자력안전본부 책임연구원, 정수진 규제정책실 책임연구원, 정승영 전문위원 책임연구원, 정윤형 교육운영실 위촉규제원, 채규한 환경방사능평가실 선임연구원, 최나윤 방사선·폐기물평가실 연구원, 최석원 환경방사능평가실 책임연구원, 최영성 혁신전략센터 책임연구원, 한승연 환경방사능평가실 연구원, 김석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환경연구부 책임연구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