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 '위급재난문자' 오발송 혼란…새벽잠 설친 시민들 “양치기경보 될라”

입력 2023-05-3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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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행안부 ‘위급재난문자’ 두고 엇박자
잇따른 오발송 국민 혼란·재난 문자 피로도↑

▲북한이 31일 오전 6시29분께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면서 서울시가 보낸 위급재난문자를 두고 행정안전부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31일 오전 6시29분께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면서 서울시가 보낸 위급재난문자를 두고 행정안전부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연합뉴스)

북한 위성발사체 발사 소식에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발령하며 ‘위급재난문자’를 발송했으나 행정안전부가 오발령으로 결론 내면서 큰 혼선이 빚어졌다. 특히 잇따른 재난문자 오발송과 함께 재난문자 내용에도 대피 이유와 방법 등이 담기지 않아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오전 6시41분께 “오늘 6시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위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하지만 오전 7시3분 행안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는 위급재난문자를 보냈다. 이어 시는 7시25분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됐습니다. 서울시 전 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전 안내문자를 보냈다.

시민들은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엇갈린 재난문자 오발송으로 인해 혼란을 느껴야 했다. 출근길에 재난문자를 받은 이소미(가명·27) 씨는 “버스에서 동시에 여러 사람의 재난문자가 울려서 다들 깜짝 놀랐다”며 “네이버에 들어가 어디로 어떻게 대피를 하라는 건지 정보를 보려고 했는데 접속이 안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경계경보 발령 뒤 서울 내 일부 주택가에서는 민방위 사이렌과 함께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도 울려 퍼졌다. 서대문구에 사는 김영희(62) 씨는 “처음에는 핸드폰에서 재난문자가 와서 놀라고, 밖에서 대피하라고 경보 소리가 크게 울려서 급하게 나와봤다”며 “잘못 보냈다니 화가 나고 재난문자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혼란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경계경보 문자로 많은 분들께 혼란을 드려서 죄송하다”면서도 “이번 긴급문자는 (행안부의 지령 방송에 따른) 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일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게 원칙”이라며 “시민들에게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안내를 위해 경보 체계 안내 문구를 다듬고 정부와 협조해 발전시켜가겠다”고 말했다.

재난문자 오발송 꾸준히 증가…“믿지 않게 될 수도”

2005년 5월 도입된 재난문자는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눠 발송한다. 위급재난문자는 전시 상황, 공습경보, 경계경보, 규모 6.0 이상의 초강력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보내지며 60dB 이상의 소리가 동반된다. 긴급재난문자는 태풍, 화재 등 자연·사회재난이 발생한 경우, 안전재난문자는 겨울철 안전운전 등 주의가 필요한 경우 발송된다.

재난문자 오발송 사례는 최근 들어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는 지난달 28일 오후 9시38분께 지진 발생을 알리는 재난문자를 보냈다가 8분 뒤 “훈련 메시지다. 실제 상황이 아니다”라는 정정 문자를 보냈다. 당시에는 동해 부근에서 지진이 19차례 발생함에 따라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이라 시민들의 비판 여론이 일었다.

행안부는 이달 24일 불필요한 재난문자 수신을 대폭 줄이겠다며 재난문자 발송 단위를 시·군·구에서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하는 등의 개선안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일로 서울에서는 위급 재난문자가 처음으로 오발송됨에 따라 체계적인 지침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난문자 오발송이 잦아지면 자칫 실제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서다. 이날 한 시민은 “재난문자가 자꾸 오발령되면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양치기 소년’처럼 경보를 믿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문자와 관련해 국가나 실무자 차원에서 오발송이 계속된다는 건 위험한 일”이라면서도 “특히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로 국민들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재난 문자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6시 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으로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1발이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군은 발사체의 잔해를 수거해 성능, 기술 수준, 외국 부품 사용 여부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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