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 시장화·경쟁 체제로 가야"…尹정부 '복지 청사진' 공개 [종합2보]

입력 2023-05-3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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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사회보장 전략회의 주재…"현금복지, 선별·약자복지로 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목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 청사진이 공개됐다. 현금복지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두텁게 챙기되, 사회서비스는 시장화·산업화를 통해 민간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사회보장 전략회의를 열고, 정부의 복지철학과 기조를 사회보장 정책 전반에 확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현금복지는 선별복지, 약자복지로 해야지 보편복지로 하면 안 된다"며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도 시장화·산업화가 되고, 경쟁 체제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보편 복지가 서비스 복지로 갈 때의 장점은 시장화될 수 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 경쟁을 조성함으로써 더 나은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서비스가 복잡하고, 중앙정부에서 하는 것이 수천 개, 지방정부에서 하는 것이 만여 개 이렇게 되면 경쟁 환경이나 시장이 만들어지겠느냐. 결국은 '퍼주기' 하는 것밖에 안 되고, 서비스에 종사한다는 사람들도 늘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로 불만이 없으려면 적절한 경쟁 체제가 만들어져서 생산성이 향상되고, 그렇게 하면 서비스 복지에 종사하는 분들에 대한 보상체계도 점점 나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가 하나의 경쟁이 되고 시장화·산업화된다고 하면, 이 자체가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팩터(factor·요소)가 된다"며 "일률적으로 사회보장 서비스에 돈 나눠주는 식으로 한다면 그냥 돈을 지출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시장화되지 않으면 성장에 기여하는 동력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은 "사회보장 서비스나 복지사업이 중앙에는 1000여 개, 지방에는 1만여 개 정도가 난립하고 있어서 국민들이 알지도 못한다"며 "합리적으로 통폐합해서 시장 조성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 복지, 돈 나눠주는 것은 정말 사회적 최약자를 중심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쌀이나 부식 등 기본적인 생활 수요는 각자가 다양하게 구매·선택해서 하는 건데, 그런 기본적인 것을 자기 역량으로 할 수 없는 분들에 한해서만 소위 말하는 현금 유동성을 제공해야 한다. 현금 유동성을 제공하더라도 바우처를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회의 이후 관련 브리핑에서 "선거 과정에서 득표를 위해 현금복지가 원칙없이 확대돼왔다"며 "서비스복지는 재정에만 의존한 채 품질 제고와 종사자 처우 개선이 힘든 상태로 방치됐다. 이로 인해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데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사회수석은 "오늘 논의의 주요 결론은 현금복지는 취약계층으로 두텁게 챙겨가고, 우선순위가 높은 분야부터 선정해서 사회서비스를 전 국민 대상으로 하나씩 보편화하는 것"이라며 "사회서비스는 정부가 재정을 뒷받침하되 다수의 창발적 민간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갈 것이다. 이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해 성장과 선순환하도록 고쳐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들어가는 나라들의 공통점을 보면 현금복지는 되도록이면 취약계층에 집중하고 사회서비스를 중심으로 전 국민 확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금복지의 경우 근로 동기 침해가 있는 반면, 사회서비스의 경우 일자리 창출도 돼 오히려 노동시장 취약 계층이 고용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노력만 하면 임기 내에도 100만 개까지 (일자리를) 늘릴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가 여러 선거 과정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정책 제안들이 복지 쪽에 나올 때 선거에서 쉽게 통하는 소득보장이나 현금복지를 중심으로 던져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적어도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에는 전 국민에게 표가 되거나 인기가 좋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지원금의 방식으로 현금을 뿌리는 것은 철저히 지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발표된 윤 정부의 복지국가 전략은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라는 비전 아래 △약자복지 △서비스복지 △복지 재정 혁신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복지국가 전략은 취약 계층의 생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충실히 지원해 '약자 복지'를 실현하되,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돌봄, 안전, 고용, 건강 등 보편적 욕구에 대한 '서비스 복지'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복지 재정 혁신'을 통해 국민의 복지 체감도를 제고하고, 세대 간 공정과 제도의 효율성을 도모할 계획이다.

복지국가 전략의 핵심 과제로는 '사회서비스 고도화 추진방향'과 '사회보장제도 통합관리 방안' 등이 논의됐다. 사회서비스 고도화 추진방향은 취약계층 위주 사회서비스를 중산층으로 확대하고, 복지 기술, 적극적 규제개선 및 투자, 경쟁 여건 조성 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과 복지-고용-성장 선순환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금 복지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두텁게 보장하되, 서비스 복지는 민·관 협업 기반으로 중산층까지 확대해 복지 수요 충족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사회보장제도 통합관리 방향'은 복잡한 제도는 패키지화해 알기 쉽게 단순화하고, 중복 사업은 합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 빈틈없는 사회보장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중앙부처 단위부터 복잡한 제도를 패키지화하고, 누락·부족에 대한 투자는 확대해 국민의 제도 이용 편의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14개 부처 장·차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회보장위원회 등 정부 내 총 9개의 사회보장 관련 주요 위원회 소속 민간위원, 국민의 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을 포함해 사회보장을 대표하는 총 5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된 전략의 목표와 과제들을 범부처 협력과제로 구체화한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2024~2028)'을 올해 말 수립해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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