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근로자 개념, 어디까지 확대해야 할까

입력 2023-06-0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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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플랫폼노동조합 회원들이 26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배달의민족 라이더 2차 파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배달플랫폼노동조합 회원들이 26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배달의민족 라이더 2차 파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택배노조, 화물연대, 배달노조….

최근 파업을 벌인 이들 단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들의 조직체인 ‘노동조합’이 아니란 점이다.

노조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의 정의를 따른다.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근로 장소·시간·내용에 사용자가 관여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노조는 이런 ‘사용자 종속성’이 인정되는 근로자들이 조직한 단체다. 배달원 등 비전속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이들이 조직한 단체도 노조법상 노조가 아니다.

처음으로 돌아가면 택배노조, 화물연대, 배달노조 등 노조법상 노조가 아닌 단체의 파업은 노조법상 쟁의행위와 다르다. 파업, 태업, 직장폐쇄 등 노조법상 쟁의행위 상대는 ‘사용자’다. 비전속 특고는 사용자가 불분명하다. 배달원은 노무·용역의 대가(보수·수당)를 플랫폼업체와 자영업자, 플랫폼을 이용한 소비자로부터 받는다. 보수·수당 제공자가 매번 달라진다. 이들의 파업은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조의 파업보단 자영업자들의 집단휴업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특히 일반적인 노조의 쟁의행위는 그 피해가 사용자에 귀속되지만, 사용자가 불분명한 단체의 집단행동은 국민 피해로 귀결된다.

그런데 일부에선 비전속 특고에 대해서도 단결권과 단체교섭권·행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총연합단체에 소속된 산업별 연합단체(산별노조)의 조합원이라면, 노조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주장의 끝은 ‘원청 소환’이다.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닌 ‘실질적 사용자’, ‘사실상 사용자’를 찾는다. 소득 제공자는 모두 사용자란 식이다.

한국에서 노동권 보장범위가 협소한 건 사실이다. ‘공장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은 최근 급변한 노동환경과 괴리됐다.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사용자 종속성’에서 ‘경제적 종속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경제적 종속성’은 곧 소득 종속성이다. 한 사업장에 제공한 노무를 대가로 얻는 수입이 소득의 전부인 경우 경제적 종속관계로 본다. 일부 법률에선 경제적 종속성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례로 보호받는 ‘전속 특고’가 그렇다. 특정 영업점에 소속된 보험설계사나 신용카드 모집인, 골프장 캐디, 학습지 방문강사, 방문판매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원·하청 등 간접고용 근로자들도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원청 사용자로부터’ 종속성이 인정된다.

다만, 근로자 판단기준이나 노동권 보장범위를 무한정 확대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누구나 파업을 통해 이익을 보장받는다면 파업하지 않는 사람이 바보다. 이런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까.

노동법은 시대에 맞춰 변해야겠지만, ‘근로자 기본권 보장’이란 원칙만큼은 유지돼야 한다. 근로기준법이든, 노조법이든 노동관계법은 사용자로부터 ‘상대적 을’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지, 누구나 파업해 ‘책임 없는 이’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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