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인 투자가 범죄는 아닌데…업계의 토로가 남긴 씁쓸한 뒷맛

입력 2023-06-05 05:00 수정 2023-06-0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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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투자 자체가 마치 범죄가 된 것 같다”

최근 만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렇게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 의혹이 언론과 정치권에서 다뤄지는 과정에서, 코인 투자 자체가 마치 범죄처럼 다뤄지고 있다는 불만이다. 김남국 의원의 도덕적 흠결과 의혹 해소를 넘어, 가상자산 투자 자체가 완전히 잘못된 행동처럼 비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업계 자체가 범죄자 집단처럼 매도되고 있다”며 내게 강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빗발치는 기자들의 전화와 잇따른 정치권의 부름에 지친 모양새였다. 실제로 의혹의 한 가운데에 선 업비트와 빗썸, 위메이드 등 몇몇 기업은 각기 다른 이유로 검찰 수사와 정치권의 부름을 받음과 동시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업계 관계자들의 토로처럼, 정치권에서는 코인 투자가 이미 하나의 금기가 돼버린 듯하다. 위메이드 관계자의 국회 의원실 출입 기록이 공개됐을 때, 관계된 의원들은 즉각 “코인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에 나섰다. 에어드랍 등 업계의 평범한 마케팅이 범죄처럼 비쳐지는 오보도 있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만약 입법 로비가 이뤄졌다면, 마케팅 물량 지갑 주소를 공개하는 에어드랍보다는 ‘비공개 정보’를 통해 로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가상자산 업계의 토로에 일부 공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업계가 그동안 신뢰를 쌓아오지 못한 문제도 크다. 김남국 의원 코인 의혹이 터지기 직전,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강남·납치 살인 사건’과 함께 코인 상장 리베이트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상장 리베이트에 연루된 임원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는데, 각 거래소와 닥사가 내놓은 코인 상장과 폐지 기준은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김치 코인과 NFT 프로젝트의 러그풀 역시 투자자들의 분노를 낳고 있다. 모 관계자는 “과거 옥장판 팔던 다단계 업체 사람들이 이제 코인을 팔고 있다”고 말했지만, 혁신을 내세우던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각종 의혹으로 시끄러운 건 사실이다. 작년 5월 크립토 윈터 사태를 촉발시킨 테라·루나 사태는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시장의 각종 문제를 낳은 입법 공백도 문제이지만, 업계의 자정 작용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터져나오는 혼란은 마치 자본 시장의 초기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코인 자체에 나쁜 프레임이 씌워진 탓일까. 유동성 위기 속에 가상자산 시장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가상자산 중앙화 거래소의 현물 거래량은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결국 업계의 성장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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