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인리히 법칙 되새기며 기내 불법사례 퇴치해야

입력 2023-06-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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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제주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30대 남성 탑승객의 돌발 행동으로 대구공항 활주로 상공에서 비상구가 열리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한 이후 하인리히 법칙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통계 법칙이다. ‘1:29:300의 법칙’으로도 불린다. 300번의 징후를 방치하면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터지고 결국 대형 사고가 이어진다는 뜻이다.

연합뉴스가 어제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항공기 관련 보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4월까지 5년여 동안 공교롭게도 300건(292건)에 육박하는 기내 불법행위가 발생했다고 한다. 연도로 구분하면 2018년 91건, 2019년 95건, 2020년 21건, 2021년 24건, 2022년 36건, 2023년(1~4월 중) 25건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 교통이 급감한 2020~2022년 불법사례가 줄어들었다가 최근 다시 급증하는 추세가 읽힌다. 유형별로는 ‘폭언 등 소란행위’가 161건으로 가장 많았다.

하인리히 법칙이 시사하는 바는 자명하다. 이번에 발생한 비상구 사고 등에 우리 사회가 제대로 반응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면 사회적 재난을 면하거나 그 충격파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사고에 담긴 경고 메시지에 눈을 감으면 결국 대형 재난을 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차제에 기내 불법행위에 대한 대응 수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2016, 2017년 항공보안법 개정을 통해 기내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서 법제적 보완에 뒤따를 예방적 효과를 크게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친다. 일시적으로 기내 불법 사범이 줄긴 했으나 법원에서 솜방망이 판결이 이어지면서 예방적 효과는 거의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항공기 승객과 승무원 안전을 위협하는 기내 불법 사범에 추상 같은 법 집행으로 임하는 주요 선진국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기내 난동 시 최대 징역 20년 등으로 응징하며, 불법적 의도로 항공기를 탈취·점거할 경우 최소 3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캐나다는 기내 안전을 저해하는 자에 대해서는 종신형까지 선고한다.

제주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이번에 발생한 아찔한 사고로 기체 일부가 파손됐고 승객 9명이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 자체도 보통 문제가 아니지만 향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전조일 가능성도 없지 않으니 더욱 엄중히 임할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로 항공 수요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인리히 법칙을 새삼 가슴에 새기면서 각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선, 항공보안법상 탑승 거절 관련 규정을 보다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승무원 안전교육 등의 강화 또한 시급하다. 사법부 또한 터무니없이 온정적인 판결로 통계적 위험성을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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