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물 9조 만기 몰려오는데…기업들, 고금리 신규 발행에 ‘한숨’

입력 2023-06-06 12:00 수정 2023-06-0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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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연말까지 만기 도래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 8.8조 규모
비우량 회사채 만기 규모 3년 만에 8조 넘어…6·10월에 각각 2조 훌쩍
기업들 차환 부담 커져…만기로부터 최소 석 달 전부터 자금 준비해야

건설사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6월 3년물로 발행한 회사채 1000억 원의 만기를 이달 23일 앞두고 있다. 오는 7월과 11월에는 각각 1000억 원과 1500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 현재 신용평가회사들이 부여한 SK에코플랜트의 신용등급은 ‘A-’다. 크레딧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SK그룹이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회사채 발행에 대거 나서면서 재무부담이 커진 가운데 주력 환경에너지 계열사를 중심으로 하반기 차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건설업계 역시 폭풍 속을 지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A사 임원은 “천정으로 치솟은 금리에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비용 부담은 늘고, 수익을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라며 “최근 회사채 신용등급까지 한 단계 떨어져 하반기를 버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반기 ‘A’등급 이하 비우량 기업들이 갚아야 할 회사채 만기 물량이 2019년 이후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회사채를 상환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 차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기존 차입금을 새로 발행하는 과정에서 이자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월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무보증 선순위)는 8조8460억 원 규모다. 이 기간 비우량 회사채 만기액 규모가 8조 원을 넘어선 것은 최근 3년 내 처음이다. 월별로 보면 이달(2조530억 원)과 10월(2조3930억 원) 모두 2조 원이 넘게 차환에 나서야 한다. 6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BBB 이하 등급 회사채 규모는 7520억 원 수준으로 최근 3년 평균(약 272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BBB 이상 A등급 회사채들에도 차환 부담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9월에는 DL건설(A-, 200억 원), 대우건설(A0, 970억 원), 포스코이앤씨(A+, 900억 원), 롯데건설(A+, 610억 원) 등 건설채 만기가 다수 몰려 있다. 기업들의 만기로부터 최소 3개월 전부터 차환 준비에 들어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이달부터 차환에 대비할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의 만기가 도래하면 신규 조달하는 회사채는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채권시장 경색은 다소 풀린 상황이라고 하지만, 레고랜드 이후 급격히 상승한 회사채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과 한전채, 은행채 등 초우량물 구축효과로 수급 불균형이 이어져서다. 실제로 2021년 연 1.473%였던 AA-등급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말 5.134%까지 치솟았고, 지난 2일 기준 연 4.244%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BBB- 등급은 8%대에서 11%대로 올라섰고, 현재도 연 10.632%로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조달 비용도 늘었다. 상장 중소기업의 평균 조달비용률은 2021년 5.09%에서 지난해 5.87%로 크게 증가한 반면, 대기업의 증가폭은 3.02%에서 3.52%로 상대적으로 작았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이 불투명하고, 인플레이션 압력 등 자금시장 위험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업의 조달비용을 절감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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