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9년 만의 야심작 ‘MR 헤드셋’ 공개…시장 반응 미온적 vs. ‘게임체인저’ 기대

입력 2023-06-06 15:47 수정 2023-06-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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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만 7년 걸린 ‘비전 프로’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의 하드웨어 신제품
헤드셋 끼고 영화 관람·회의 진행 등 가능
애플 주가, 장중 사상 최고치 찍었지만 시간외 거래서 2%대 급락
메타버스 시장 활기 불어넣을 것 기대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비전 프로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쿠퍼티노(미국)/AFP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비전 프로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쿠퍼티노(미국)/AFP연합뉴스
애플이 애플워치를 출시한 지 9년 만에 새로운 하드웨어 야심작을 선보였다. 이번엔 혼합현실(MR) 헤드셋이다. 혼합현실은 현실 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포개서 보여주는 기술로, 가상현실(AR)과 증강현실(AR)의 확장 개념으로 평가된다. 애플의 MR 헤드셋을 두고 시장에선 아직 의심의 눈초리가 많지만,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전해진다.

7년 매달려 만든 야심작…“익숙해 보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

5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전격 공개했다.

비전 프로는 2014년 애플워치 이후 애플이 9년 만에 공개하는 하드웨어 제품으로, 개발에만 7년이 소요됐다. 전면이 곡면 유리로 된 알루미늄 프레임을 기반으로 하며 화면 캡처 등을 위한 물리적 버튼을 비롯해 12개의 카메라와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 등 디스플레이 구현을 위한 장비들이 탑재됐다.

비전 프로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앱 수십만 개와 호환할 수 있어 이용자가 헤드셋으로 메일을 확인하거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이용자와의 영화 감상과 회의 진행, 협업 등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예를 들어 비전 프로를 착용한 이용자들끼리 페이스타임으로 영상통화를 하던 중 3D 모형이나 설계도를 화면에 띄운 뒤 이에 관해 원격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새 헤드셋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매끄럽게 혼합할 것”이라며 “손과 눈, 목소리로 헤드셋을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헤드셋에 담긴 2300만 화소의 패널은 4K 텔레비전보다 큰 규모”라며 “익숙해 보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월트디즈니와 제휴해 스트리밍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를 비전 프로를 통해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행사에서도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참석해 애플과의 협력을 다짐했다. 그는 “비전 프로가 우리의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는 혁신적인 플랫폼이라고 믿는다”고 환영했다.

가격은 3499달러(약 457만 원)로 책정됐다. 내년 초 미국에서 먼저 출시될 예정이다. 애플은 첫해 약 90만 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반응은 ‘글쎄’…시간 외 거래서 애플 주가 하락

애플의 야심 찬 공개에도 시장 반응은 일단 미온적이다. 애플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맥루머스의 하틀리 찰튼 수석 에디터는 “매우 비싼 가격과 별도의 유선 배터리 팩이 필요하다는 점, 1세대 제품으로서 나타날 단점 등으로 인해 초기엔 주류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메타버스에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MR 헤드셋으로 소비자들이 무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날 애플은 비전 프로 외에도 자체 개발한 M2칩이 탑재된 15인치 맥북 에어를 비롯해 아이폰용 iOS17, 애플워치 OS10, 애플TV용 페이스타임 등 신제품과 기술 업데이트를 선보였다. CNBC는 “MR 헤드셋이 공개된 후 반응은 그날 다른 기술이 공개되던 때보다 다소 조용했다”며 “애플 파크에 모인 청중들은 비전 프로로 무얼 해야 할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여파에 애플 주가는 정규장에서 장중 한때 184.95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WWDC가 진행되는 동안 하락세로 전환해 결국 0.76% 하락으로 마감했다. 시간 외 거래에선 한때 2% 이상 급락했다.

“또 해낼 것” 기대감도

그러나 비전 프로가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애플은 그간 획기적인 시도로 업계를 뒤집어 놓곤 했다. 에어팟이 처음 출시됐을 때 ‘콩나물’이라는 놀림을 받았지만, 결국 무선 이어폰 시대를 열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CNN방송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시기에 3499달러는 막대한 금액이다. 애플이 헤드셋에 위험한 베팅을 하고 있다”면서도 “애플은 그동안 시장의 회의론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해왔다”고 짚었다.

찰튼 에디터 역시 “애플은 새로운 제품에 대한 회의론을 극복했던 전력이 있으며, 역사적으로 고객들이 현금을 포기하고 새로운 장비를 자신들의 레퍼토리에 추가하도록 장려해왔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비전 프로의 등장은 정체 상태에 빠졌던 메타버스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메타는 헤드셋 신제품을 선보였고 2월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5 콘솔과 연동되는 헤드셋인 플레이스테이션 VR2를 출시하며 새로운 경쟁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도 2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퀄컴·구글과 협력해 차세대 확장현실(XR) 폼팩터를 개발한다고 발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비전 프로는 맥과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처럼 아직 초기 상태인 산업을 재정의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애플의 신제품 출시는 현재 VR 헤드셋 시장의 81%를 차지하고 있는 메타와의 대결 구도를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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