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한국 무역 미래, ‘디지털’에 달렸다

입력 2023-06-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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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패닉에 빠졌던 2020년 초 상황이 생각난다. 혹시 감염될까 두려워 외출을 꺼리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식사와 생필품 구매 등 소비를 온라인으로 해결했다. 거래 상대가 수출입 등 해외비즈니스로 외국일 경우 더 큰 영향을 받았다. 그 대응책으로 경제활동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급속히 진전됐다. 최근 코로나19가 약화되고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자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디지털 마케팅이 식어가고 있어서 안타깝다.

세계 각국 디지털무역 구축 박차

코로나19가 닥쳤을 때 수출지원기관을 중심으로 많은 화상(video) 상담장을 설치해 우리 수출기업과 해외바이어가 비대면으로 상담하게 한 것은 관련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됐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경우 2020년 5만6000여 건의 화상상담을 알선해 1억300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이루기도 했다. 화상상담을 여러 번 가진 어느 수출기업 대표는 “생각보다 효과적이다. 이제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해외마케팅은 가급적 화상상담으로 하고, 해외엔 최종 계약할 때 한 번만 나가면 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궁즉통’(窮則通)이라고, 코로나19로 대면마케팅이 불가능해진 위기를 비대면 디지털마케팅으로 극복한 사례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급진전됨에 따라 무역에서도 큰 상황변화가 생겼다. 전자상거래와 플랫폼이 글로벌 무역을 주도하고, 소기업도 적은 비용으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수출하는 시대가 왔다. 이런 장점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들은 무역의 디지털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전시회의 온·오프라인(on-offline) 융합을 추진하고, 일본은 공공 디지털전시관을 만들었다. 인도는 수출입절차의 비대면화를 추진하고, 대만은 전시회를 OMO(Online-Merge- Offline)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 영국은 전자 수출프로그램을 포함한 온라인 해외판매 플랫폼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경우 최근 전자상거래 수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시장으로는 미국·중국·일본, 품목으로는 소비재에 80% 이상 편중돼 있다. 더욱이 아마존·알리바바 등과 경쟁할 만한 플랫폼이 없어 국내 기업들은 이들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하려 비싼 비용을 들여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2020년 11월 △한국형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구축, △디지털 기반 글로벌 전시회 육성, △10만 중소내수기업의 디지털수출 기업화 추진, △수출지원체계의 디지털 개편 등 ‘무역구조의 디지털 전환대책’을 수립했다. 또 새 정부 들어서는 ‘국민 누구나 참여하는 디지털무역 확산’을 국정과제로 삼고, 관련 인프라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적 분위기이다. 통계를 보면, 최근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자 비대면 디지털마케팅에 대한 열기가 식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즉, 코트라가 주관하는 화상상담 건수가 2021년 7만7000건에서 작년엔 6만5000건으로 줄었고, 2020~2021년엔 해외전시회의 오프라인·온라인 방식 참가비중이 비슷했는데 작년엔 대부분 오프라인 방식으로 회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가 강한 수출경쟁력을 갖추려면 해외마케팅 등 무역의 디지털화는 더 강화돼야 한다. 디지털마케팅은 시공간의 제약이 없고, 투자 대비 효과가 높으며, 기업과 고객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고객과 접촉하는 채널도 사회관계망(SNS), 검색엔진 최적화(SEO), 콘텐츠, 챗봇, 스토리텔링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시공간 제약없고 투자효과도 높아

전문인력과 디지털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 특히 지방중소기업들은 디지털마케팅이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부·지자체 및 유관기관들이 교육·콘텐츠 제작·바이어 물색 등의 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어 중소기업들도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이 미래의 무역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디지털 역량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에,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의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무역에 디지털마케팅이 중요한 해법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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