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과 오염수, 바보 같은 짓 [기자수첩]

입력 2023-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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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의 상당수는 안 믿을 가능성이 높다. 도쿄전력이 오염수 시료를 직접 채취하지 못하게 하는 이상 논란이 끝나지 않을 것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의 지난달 31일 중간보고 브리핑에서 나온 취재진의 질문 일부다. 시찰단은 오염수 정화 시설을 조목조목 뜯어보고 내부 자료들도 받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오염수 시료를 직접 채취하진 못했다. 앞서 검증에 나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시료를 확보했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분석하고 있다는 설명도 붙였지만, IAEA가 확보한 시료도 직접 채취한 게 아닌 도쿄전력이 제공한 것이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방사성 핵종 62종을 제거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치고 삼중수소와 탄소13 등 2개 핵종도 추가로 농도 분석을 진행해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나름 철저한 정화 작업을 하는 것이지만, 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를 비롯해 학계에서 주장하는 여러 종류의 핵종들이 향후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현재 과학계도 섣불리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른 국민적 불안에 시찰단을 보내 ‘능동적 검증’을 바랐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의 오염수는 직접 다루지 못한 것이다. IAEA의 시료 검증 결과를 기다려봐야 최종적인 입장이 나오겠지만,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온들 시료를 제 손으로 뜨지 못했다는 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만에 하나 훗날 문제가 발생한다면 시찰단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원전 산업 부흥을 꾀하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5년 동안 한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보다 안전한 원전 개발에 공을 들이는 국제적인 흐름, 작금의 전기요금 폭탄을 보면 분명 ‘바보 같은 짓’이라 평가절하 할만도 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국제적 명분과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만든다는 원대한 목표가 있어 호평을 받았더랬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미국과 국제사회에 밀착하는 데 징검다리가 되고 있는 한일관계 개선을 고려하면 정부로서는 면밀히 검증하되 원만하게 해결해야만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결국 문제가 불거지면 미래에 탈원전처럼 ‘바보 같은 짓’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는 최선의 검증을 했음에도 현재의 과학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면 적어도 ‘바보 같은 짓’이라는 평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최선의 검증의 기본은 직접 시료 채취가 아닐까. 나아가 일본이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더라도 방류하지 않고 저장 등 다른 방법을 쓰도록 설득한다면 우리나라를 넘어 전 지구적으로 가장 최선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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