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하나만 들고 와도 창업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했더라고요. 많은 사람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장점입니다.”
전 세계 혁신을 이끄는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ambridge Innovation Center, CIC)를 소개하는 박순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국 지사장의 말이다.
보스턴은 2016년부터 미국 유전·생명공학 전문지 젠(GEN)이 선정하는 세계 바이오클러스터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000여 개의 글로벌 바이오테크 기업, 하버드, 매사추세츠 공대(MIT) 등 유수의 대학, 메사추세츠종합병원(MGH), 다나파버 암센터 등 산·학·연·병 간 네트워크가 긴밀히 갖춰진 곳이다.
CIC는 도보로 불과 수 분 만에 다양한 바이오 기업, 대학, 연구소, 병원 등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박 지사장은 “CIC에 입주한 것만으로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내 기관, 시설, 투자자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CIC가 있는 캔달스퀘어(Kendall Square)는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1마일 스퀘어’라 불린다.
CIC는 1999년 팀 로우(Tim Rowe) 대표가 설립한 공유 오피스다. 스타트업, 글로벌 빅파마, 대학교, 정부기관 등 5000여 곳이 미국 보스턴·케임브리지·필라델피아,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바르샤바, 일본 도쿄 등 전 세계 8개 도시에 있는 CIC에 입주해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선 유한양행과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휴온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아리바이오, 웰트 등 20곳이 보스턴 CIC에서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곳에 입주한 류은주 동아에스티 미국 지사장은 6일(현지시간) “투자를 받거나 협업을 할 때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일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어야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만나기 쉽지 않다”라면서 “물리적으로 보스턴 클러스터에 위치해 현지 대학·기관·기업 등에 훨씬 수월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보스턴에 지사를 마련해 네트워킹 기회가 확연히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내부에도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많다. 자기소개(introduce myself) 코너에 자신의 소개하는 문구와 함께 사진을 올려놓기도 했고, 각종 달력과 주간 일정표에는 ‘요가를 함께 할 사람 모여라’, ‘이런 주제로 토론할 사람 자유롭게 오라’는 등의 글이 쓰여 있었다.
이런 혁신의 산실 CIC가 한국에도 설립될 가능성이 크다. 현장에서 만난 팀 로우 CIC 대표는 “서울 강남 지역을 우선순위로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라면서 한국 바이오기업의 혁신성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이날 보건복지부, 주미대한민국대사관 등과 ‘한국 바이오 혁신의 밤(Korean Bio Innovation Night)’를 열었다.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 간 자유로운 교류의 장이 펼쳐졌다. 이들은 한국 음식을 나눠 먹으며 다양한 주제를 토대로 이야기를 나눴다.
보건산업진흥원은 C&D인큐베이션센터를 통해 K-바이오기업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CIC에 입주한 20개사 모두 월 최대 120만 원의 임대료 지원과 함께 현지 전문가 컨설팅, 전문 교육 세미나, 미국 현지 주요학회 등 네트워킹, 편의시설·인프라 제공 등 다양한 도움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