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정유정은 되고 '돌려차기남'은 안돼?···신상공개 기준 뭐길래

입력 2023-06-1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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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논란이 뜨겁습니다.

지난 2일, 한 유튜버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A 씨의 신상정보가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네티즌 사이에 갑론을박이 일었는데요.

해당 유튜버는 "법적 책임 져야 할 가능성 알고 있지만, 피해자의 고통 분담하는 차원에서 공개를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무리 범죄자라 하더라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상은 공개된 지 5일 만에 조회 수 600만 회를 넘기며 A 씨의 이름, 생년월일, 직업 등의 개인정보가 더욱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이에 네티즌들은 유튜버의 심정을 공감하면서도 아무리 범죄자라도 정당한 절차가 아닌 사적제재는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오늘의 키워드# 인권과 알 권리입니다.

우리나라는 범죄자의 신상공개 여부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합니다. 아무리 유튜버가 아닌 언론이라 하더라도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의 공개 결정 없이 공개하면 위반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조금 다릅니다.범죄자의 신상 공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취지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비교적 신상공개가 자유로운 편입니다.

지난 4월, 기시다 일본 총리를 향한 폭발물 투척 사건 때 일본 언론은 용의자가 24살 기무라 유지라며 실명과 얼굴, 나이 등을 즉시 보도하기도 했죠.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도 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과 실명 등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1998년, '범죄의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공공성이 있지만, 그 범인이 누구라는 것을 보도하는 것까지는 공공성이 없다'며 '피의자의 신상을 보도한 언론사들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익명 보도가 원칙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2009년 검거된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를 두고 2010년부터 총 4가지의 조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1.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일 것.
2.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3.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4.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것.

하지만 이러한 조건을 충족해 신상공개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아르바이트 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정유정 사건. 지난 1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의 신상공개 결정에 따라 사진과 이름 나이 등이 공개됐는데요.

2일 정유정이 검찰청으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마스크와 푹 눌러쓴 모자로 철저하게 얼굴을 가려 실효성 논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2019년 전 남편을 살해해 신상정보공개가 결정된 고유정 역시 언론에 자신의 모습이 노출될 때마다 일명 '커튼머리'로 철저하게 자신의 얼굴을 가려 공분을 사기도 했죠.

이렇게 신상정보가 공개된 범죄 피의자들이 얼굴을 가린 채 언론에 노출될 때마다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는 이유는 신상공개에 쓰이는 신분증 사진 때문입니다.

보통 신분증 사진의 경우 만 17세부터 발급이 가능하다는 점, 포토샵 처리 등을 고려하면 실제 피의자의 얼굴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게 현실입니다.

물론 피의자의 동의를 얻어 머그샷을 촬영 후 활용할 수 있지만, 이에 동의한 피의자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송파 일가족 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석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도 미국에서 실행 중인 '머그샷 의무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경찰은 체포된 모든 피의자의 범죄 종류나 국적 상관없이 머그샷을 촬영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골프 황제 타이거우즈가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돼 머그샷이 공개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죠.

우리나라 경찰도 고유정 사건을 계기로 머그샷 도입을 위해 2019년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습니다. 그러나 '머그샷 공개는 가능하지만, 피의자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아직도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과거 헌법재판소에서도 '피의자가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함부로 촬영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흉악범 신상 공개 시 실물을 알아볼 수 있도록 최근 촬영한 얼굴 사진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인데요. 해당 법안은 지난달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상태입니다.

다시 한번 뜨겁게 달궈진 범죄자 신상공개 논란. 머그샷 공개 의무화로 연결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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