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과학을 선동으로 읽는 ‘후쿠시마 괴담론자’들

입력 2023-06-13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로 언론이 시끄럽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의혹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력과 민족적 감정까지 함께 작용하므로 복잡한데 그 선봉에 진리를 망각하고 궤변을 일삼는 일부 과학자들이 있다. 급기야는 어민단체에서 사실에 입각한 주장을 하라며 서울대 명예교수를 고발하고 나섰다.

어민단체의 말대로 후쿠시마 방출 문제는 일단 과학적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과학은 국제적 배출기준을 만족하는지를 따진다. 도쿄전력은 처리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출기준인 6만 Bq/L보다 낮은 1500 Bq/L로 방류할 예정이므로 국제 배출기준을 만족하고 수산물과 인체에는 해가 없다. 시료채취와 측정의 신빙성을 위해 IAEA가 심층 검토를 하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단순하다.

과학적 진리를 왜곡하는 과학자들이 범하는 대표적 오류가 경로함수와 상태함수를 구별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 이하지만 신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하다며 의혹을 제기한다.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경로함수로 보면 끝없는 의혹이 가능하다.

경로함수와 상태함수는 유사 과학자도 이해 못 하는 어휘이니 조금 설명을 덧붙여 보자. 물의 어는점은 섭씨 0도이다. 근대 과학자들은 물의 원천에 혹은 처리 과정에 따라 어는점이 0이 아닐 수가 있다는 의혹을 지녔지만 수많은 측정결과는 동일했다. 상태함수는 물의 어는점처럼 경로와 무관한 성질이다. 서울과 대전의 위도 차이는 언제나 같은 값을 지닌 상태함수이지만 자동차 연료비는 선택한 경로에 따라 차이가 난다. 경로함수는 연료비처럼 경로에 따라 변화되는 성질이다. 정상적인 과학자들은 상태함수와 경로함수를 구별하는 감각을 지니고 있다.

정치·민족감정 뒤섞여 진실 외면

방사능 수치가 인체의 영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상태함수이다. 수치가 동일하다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동일하다.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 이하이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 먹어 보라는 빈정거림은 상태함수를 믿지 않겠다는 의도이며 과학적 진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반면에 배출되는 방사능 수치는 오염수 처리 과정의 경로함수다. 오염수 처리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면 방사능 수치가 낮고 고장이라도 났다면 방사능 수치가 높다. 방사능 수치를 통해 처리 경로의 건전성을 검증할 수 있고 설비를 교체할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 설비의 작동상태를 항시 지켜보면 좋겠지만 배출되는 방사능 수치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마치 소변을 측정해 신체의 이상상태를 알 수 있듯이 방사능 수치로 오염수 처리설비의 건전성을 알 수 있다.

어업단체가 사실에 입각한 판단을 요청한 데서 알 수 있듯이 현대 문명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대하다. 과학이 얻어낸 진실 위에 다수에게 최대 이익이 되도록 사회는 돌아간다. 현대의 독재자도 과학적 진리를 왜곡하지 않는데 하물며 과학자를 언급해서 무엇 하랴. 그런데 지금 한국의 과학계는 과학적 진실이 정치적 이념에 의해 공격을 당하고 있다. 과학을 접하지 못한 대중을 상대로 오히려 정상적인 과학자를 구축(驅逐)하고 있다.

사실왜곡…광우병사태 재판 안돼

과학자에게 진리만을 이야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과학자도 정치적 이념을 지닐 수가 있고 예술의 세계에서도 살 수 있다. 예술의 세계는 이성보다는 상상력이 작용하는 세계이며 과학적 허구도 가능하다. 과학자들도 예술세계를 즐기며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자녀에게 선물을 놓아둔다. 자녀들이 산타할아버지를 의심할 정도가 되면 어른이 된다. 예술의 세계는 우리 사회를 윤택하게 하여 준다.

산타할아버지와 다르게 후쿠시마 처리수의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는 사기이거나 범죄다. 과학적 진실을 이해하기 어려운 국민들은 계속된 선동으로 호도될 가능성도 있다. 선동자들은 광우병의 추억에 취해 있는지 모르지만 착각이다. 변형된 단백질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잘 몰랐던 당시와 다르게 후쿠시마 방사능의 영향은 명확하다. 자신이 모르니 다른 과학자들도 모를 거라고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학자는 국적이 있지만 과학에는 국적이 없다. 국적을 지닌 과학자는 진실한 연구를 통해 국가에 기여할 수 있지만 왜곡된 선동을 통해서는 국가를 결국 파멸시킨다. 과학을 통해 일본 처리수가 해양과 우리 어민에게 영향이 없도록 노력해야지, 궤변을 통해 한국 과학계를 난장판으로 만들 수는 없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여기도 품절이라고요?"…Z세대 '뷰티 방앗간' 된 다이소, 다음 대란템은? [솔드아웃]
  • ‘슈팅스타’ 오늘 첫 방송…‘큰 산’ 최강야구 넘을까? [해시태그]
  • 우리은행장 교체 수순…차기 행장 후보 내주 윤곽 나올 듯
  • 단독 부모-자녀 한 동네 사는 실버타운 만든다더니…오세훈표 '골드빌리지' 무산
  • ‘더 게임 어워드’ 올해의 게임 후보 6선…각 작품 경쟁력은? [딥인더게임]
  • "동덕여대 손해배상 상대 특정 어려워…소송 쉽지 않을 것"
  • 트럼프 등에 업은 머스크, 베이조스 겨냥…“그는 트럼프 패배 원했다”
  • 이재명, 또 입단속…“거친 언행 주의해달라”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321,000
    • -0.39%
    • 이더리움
    • 4,607,000
    • -1.9%
    • 비트코인 캐시
    • 679,000
    • -0.29%
    • 리플
    • 2,032
    • +20.81%
    • 솔라나
    • 355,000
    • -0.92%
    • 에이다
    • 1,403
    • +23.5%
    • 이오스
    • 1,041
    • +12.66%
    • 트론
    • 284
    • +2.53%
    • 스텔라루멘
    • 482
    • +35.77%
    • 비트코인에스브이
    • 93,450
    • -3.56%
    • 체인링크
    • 22,250
    • +7.23%
    • 샌드박스
    • 518
    • +7.4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