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한·중 갈등을 주목하는 일본

입력 2023-06-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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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대우교수, 정치학 전공)

中대사·야당대표의 불편한 만남
양국 외교부 항의전으로 확산돼
中의 ‘대일경계 완화’ 내심 반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초청한 만찬 자리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즉각 중국대사를 초치하면서 “이 발언은 지나친 것이며 내정간섭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한국정부가) 주한 중국대사와 이재명 대표의 교류에 부당하게 반응하고 항의한 데 대해 중대한 유감과 불만을 표명하고 항의한다”고 맞받아쳤다.

일본 언론은 이 사건을 한·중 외교부의 항의전 양상으로 보고 있다. 또 한국에서는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의 반발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중국의 항의 이후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여기에 그동안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민주당을 옹호해온 진보계 언론도 중국을 비판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문제 발언 이후 한국 정부, 보수 언론과 중국 정부, 관영 언론의 갈등이 계속돼 왔다. 이번에 한국의 진보계도 중국과의 거리두기로 전환함에 따라 앞으로 한중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일본 측은 보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런 현상이 일본 국민의 중국 혐오를 한층 촉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싱하이밍 중국대사는 이재명 대표와의 만찬에서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일부는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하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잘못된 판단이며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즉각 반응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외교관례라는 것이 있고 대사의 역할은 우호를 촉진시키는 것이지 오해를 퍼뜨려서는 안 된다”면서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은) 도를 넘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싱 대사를 블러 “간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사절의 우호관계 촉진 임무를 규정한 빈조약과 외교관례에 어긋난다”면서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싱대사가 “한국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위에서의 시선’으로 비판한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고, 이 대표에 대해서도 “(싱 대사가)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데 박자를 맞췄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4월 19일 방미 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의 긴장 고조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도모하기 위해서 일어난 것으로,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하면서 한국과 중국 정부의 대립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다음 날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자신의 일이며 남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그러자 한국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 정상의 발언에 대해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품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결례”라며 싱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때부터 이번 한·중 갈등의 씨앗이 뿌려진 것으로 일본 측은 파악하고 있다.

또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한국 외교부는 4월 21일 성명을 내고 “우리 정상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언급한 것”이라며 진 부장의 주장을 물리쳤다.

이런 한국을 보면서 일본 측은 “한국 정부가 예전처럼 중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소극적 자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와의 차이를 강조한다. 일본 정부는 중국을 경계하면서도 물밑에서는 대화를 계속하고 있는데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정부가 대립만을 강조하는 것에 내심 기뻐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일본에 대한 경계태세가 한국 측으로 향하는 현상이므로 일본으로서는 대중국 정책이 보다 자유로워진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한·중 갈등은 외교부뿐 아니라 양국 언론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는 기존 한국의 자세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중국이 강하게 나설수록 한국은 미·일과의 협력에서 활로를 찾을 방향으로 갈 것으로 일본 측도 보고 있다.

문제는 한국 외교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의 항의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이달 9일 왕원빈 대변인이 가진 브리핑에서 “현재 한·중 관계에서의 어려움이나 도전 같은 것은 중국 스스로 자초한 것이 아니다”라며 싱 대사의 발언을 옹호했다.

이어 농융 중국 외교부 차관보는 10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한국 외교부가 싱하이밍 중국대사를 초치한 데 항의했다. 농융 차관보는 “한국 측이 주한 중국대사와 이재명 대표의 교류에 부당하게 반응하며 항의한 데 대해 중대한 유감과 불만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중국 측은 차관이 아닌 차관보가 대응함으로써 상대방인 한국의 격을 떨어뜨렸다.

농융 차관보는 “한국 정부는 중·한관계 문제의 소재를 다시 깊이 생각하고 진지하게 대처해 양국 수교 공동성명 정신을 충실히 준수하고 함께 양국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된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이나 중국 모두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4월 왕원빈 대변인이 “중국 내정 문제(대만)에 개입하지 말아라”고 발언한 데 대해 한국 외교부가 싱대사를 불러 일방적 발언에 항의하자 중국은 한 달여 동안 관영매체를 동원해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 났다”며 중국 내 반한 감정을 조장했다. 제2의 한한령이 발동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일본 측은 한국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등 중국을 압박하는 대외노선을 채택함과 동시에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문제를 거듭 언급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한국 진보언론이 중국의 자세에 반대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전랑외교에도 비판적인 것은 새로운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도 10일 명동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 정부의 태도는 합당하지 않다”고 중국을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국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과) 공동 협력하는 방향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해 협력하겠다는 기본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이상과 같이 일본 언론과 정부는 한·중 관계의 향방과 이로 인한 한국 내의 정치적 변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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