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 농축 우라늄 의존에 딜레마 빠져

입력 2023-06-1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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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 연간 10억 달러 내고 러시아산 우라늄 구매
과거 시장 지배했지만, 현재는 전혀 만들지 않아
기업들이 낸 자금, 러시아 군사장비와 연관된 곳에 들어가
기후변화 대응 강화할수록 고민거리 늘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세이 리카체프 로사톰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5월 19일 면담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세이 리카체프 로사톰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5월 19일 면담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 후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미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구매를 놓고 지정학적 갈등과 기후변화 대응의 기로에 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미국 원자력 발전 기업들은 값싼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기업 중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곳은 없다. 미국은 한때 농축 우라늄 시장을 지배했지만, 현재는 생산을 완전히 중단한 상태다.

이제 미국 기업들은 자국 청정에너지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원자력 에너지를 구매하기 위해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에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2750억 원)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농축 우라늄의 3분의 1은 러시아에서 나오고 있다.

문제는 로사톰이 러시아 군사 장비와 밀접하게 연관된 곳이라는 점이다. 1년 넘도록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미국으로선 우라늄 거래 자금을 통해 러시아마저 도와주는 셈이 됐다.

당장 해결책은 없다. 새로운 농축 우라늄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뿐더러 현재 할당된 예산보다 훨씬 많은 정부 자금이 필요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위해 오하이오에 계획된 원심분리기 공장도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한 원전 관계자는 로사톰에 필적할 만한 양의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까진 10년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후 자국 내 러시아 계좌를 동결하고 금융 거래도 차단했지만, 우라늄 거래만큼은 유지하는 이유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청정에너지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이 같은 지정학적 딜레마는 더 심해졌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려고 노력하는 미국으로선 원자력에 대한 의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청정에너지 컨설팅기업 GHS클라이밋의 제임스 크렐렌스타인 국장은 “미국은 오하이오에 원심분리기 공장을 완공함으로써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에 대한 거의 모든 의존을 탈피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러한 의존을 끝낼 계획이 없어 보인다는 점은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이제라도 다시 농축 우라늄 생산에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올해 초엔 이와 관련한 핵연료보안법이 발의됐다. 법안을 발의한 조 맨친 상원의원은 “원전에 필요한 우라늄을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에 계속 의존하면 미국의 에너지 안보와 독립은 불가능해진다”며 “러시아가 무엇을 하든 미국은 항상 자국과 동맹국을 위해 핵연료를 공급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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