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헌재 재판관 교체 대기…“서오남‧보수 편중 우려” [4대 합의제 권력 대해부]

입력 2023-06-16 05:00 수정 2023-06-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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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6-15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사전에 서초동 대법원과 용산 대통령실간 협의 있었다”

사법부 ‘지각변동’

대법원장‧대법관, 결국엔 ‘대통령’이 임명
제청절차 바꿔도…“임명권자 뜻 묻게 돼”
“尹 대통령-金 대법원장, 교감했다 봐야”
대법관‧헌법재판관 전원 임명권 행사가능

신임 대법관 2명 보수 인사 임명
헌재 재판관 후임도 중도로 교체
“견제‧균형 위해 진보 인사 필요”

“헌법에는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을 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임명권자인 대통령 의중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사전에 서초동 대법원과 용산 대통령실 간 협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에 임명 제청된 서경환(오른쪽)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 제공 = 대법원)
▲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에 임명 제청된 서경환(오른쪽)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 제공 = 대법원)

15일 법조계는 물론 법학계 인사들은 다음 달 물러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으로 서경환(57·사법연수원 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권영준(52·연수원 25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임명 제청된 데 대해 이렇게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앞으로 사법부가 보수화한다는 전망에 “근거 있는 주장”이라고 힘을 실었다.

서 부장판사와 권 교수는 모두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생긴 신조어 ‘서울대-오십대-남성’을 뜻하는 ‘서오남’ 구조에 들어맞는다는 평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박정화 대법관 후임자에 남성을 지명하면서 여성 대법관 수도 4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다.

부장판사를 지낸 변호사는 “현 정부가 학연‧지연‧성별 등을 안배하려는 고민은 하지 않는다는 특색이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압축한 후보자 8명 가운데 ‘정계선‧박순영 판사는 안 된다’고 대통령실이 특정 인물 불가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처신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헌법학 교수는 “어차피 윤석열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 사이 교감이 이뤄졌을 텐데 조용히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법관 임명 제청은 윤 정부 두 번째다. 지난해 9월 첫 번째 제청에서 김 대법원장은 퇴임한 김재형 대법관 후임에 보수 성향이자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오석준(60‧19기) 대법관을 낙점했다.

임명 당시 50대이던 오 대법관 역시 서울법대 출신이다. 오 대법관은 올해 9월 임기가 만료하는 제16대 김 대법원장 다음의 17대 대법원장으로 하마평이 무성하다. 헌법상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재판장을 맡은 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12명의 대법관들이 착석해 있다. (사진 제공 = 대법원)
▲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재판장을 맡은 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12명의 대법관들이 착석해 있다. (사진 제공 = 대법원)

대법관 제청 절차 개선, 각계 의견 수렴한다더니…

앞서 대법원은 2015년 6월 대법관 제청 절차를 개선했다. 피천거인 중 심사동의자 명단을 공개하고, 후보추천위를 구성해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는 한편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했다. 현재 김 대법원장을 비롯한 14명의 대법관은 전부 새로 바뀐 제청 절차에 따라 선임됐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인선 과정에서 밀실 인사를 배제하고 정치권 외풍을 차단하겠다고 대법관 제청 절차를 뜯어고친 2015년 6월은 아이러니 하게도 이전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부 시절이면서 재임 기간 상고법원 설치를 두고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했다는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때이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때부터 차기 대법관 후보자 리스트를 일반에 열람케 하고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하게 되는데, 그 각계각층에 대통령실까지 포함시켰다는 부연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 대법원장 및 대법관 13명과 헌법재판소 소장 등 헌법재판관 9명 전원에 대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보수 정권-진보 사법부, 오히려 ‘삼권분립’ 궁합 맞지 않나”

헌재 구성 또한 변하고 있다. 올 4월 이석태 재판관 후임으로 정정미(54‧25기) 대전고법 판사(부장판사)가, 이선애 재판관 후임엔 김형두(58‧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각각 취임했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각 3명씩을 지명한다.

이석태 재판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진보 성향, 이선애 재판관은 중도 보수로 평가받았다. 두 자리가 중도 성향 재판관들로 교체됐다.

(그래픽 = 이투데이 DB)
(그래픽 = 이투데이 DB)

11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유남석 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했다는 이유에서 중도 진보라는 분석이 높다. 결국 진보 성향 재판관 2명과 중도 보수 재판관 1명이 연내 헌재를 떠났거나 떠날 예정인 셈이다.

헌재는 위헌 결정을 위해 재판관 9인 중 6인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재판관 구성이 중요하다. 특정 성향 재판관이 6명 이상 모일 경우 위헌 결정 정족수가 채워진다.

다른 헌법 전공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문재인 정부 집권동안 진보로 돌아선 김명수 호(號) 대법원에 가감 없이 속내를 비치며 불만을 표출하고 공개 비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보수 정권에서 진보적 사법부는 오히려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삼권분립’ 취지에 맞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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