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펫보험 시장'…손보업계 "진료비 표준수가 도입" 한목소리

입력 2023-06-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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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보험연구원)
(출처: 보험연구원)

11개 손해보험사가 뛰어든 펫보험 시장을 두고 손해보험업계가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출시 3일 만에 1000건이 넘게 판매되는 등 성장 가능성은 커가는데, 반려동물 진료항목 표준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상품 개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손해보험사가 현재 펫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장기펫보험의 경우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에 이어 KB손해보험도 이달 초 상품을 출시했다. 치료비 보장 비율을 90%까지 높이고, 자기부담금도 0원부터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하는 등 커지는 펫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중에서도 메리츠화재의 ‘펫퍼민트’의 시장점유율이 50∼6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는 삼성화재가 펫보험 ‘위풍댕댕’을 출시한 지 3일 만에 판매 건수 약 1300건을 달성하기도 했다. 현대해상은 반려견 전용으로 ‘건강한펫케어보험’을 통해 동물병원 1일 진료비 보장한도를 최대 30만 원으로 높이기도 했다.

펫보험 시장의 전망이 밝은 것은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펫보험 가입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7만1896건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산한 반려동물 수(799만 마리) 대비 0.8%에 불과한 수준이다. 스웨덴(40.0%), 영국(25.0%), 노르웨이(14.0%) 등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월 보험료가 4만~5만 원대로 비싸고 보장범위도 다양하지 않아 선뜻 보험을 가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료가 높은 이유는 진료비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물병원의 질병코드·진료항목은 일반 병원과 달리 표준화하기 어렵고, 동일 질병에 대해서도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다. 보험회사로서는 손해율 관리와 보장 한도 확대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진료비 체계를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동물병원의 진료비 공개와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를 통해 반려동물 진료 기록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의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정보가 공개됐을 때 수의료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회에는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를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다.

전문가들은 농식품부, 보험업계, 수의업계와 협력하는 방안을 찾아나가겠다는 입장이다. 4월에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과 보험의 역할 강화 세미나’를 개최해 협력을 통한 반려동물 등록, 진료항목 관련 인프라 개선에 대해 논의했다.

보험업계는 개별 동물병원과 직접 제휴해 의료데이터를 늘려가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험사에서 상품 설계 시 동물병원이 협약을 맺어 진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진료비를 토대로 데이터를 활용한 상품 개발이나 손해율 계산이 가능하다”며 “정보 공유가 가능해진다면 새로운 상품 개발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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